닥치는 대로 / 끌리는 대로 / 오직 재미있게
들어가기 전: 본 글은(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저)를 읽고 쓴 소감입니다. 개인적 소회를 풀다 보니 책 내용의 일부가 있습니다. 또한 본 글이 저작권 위반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동진과 독서법은 퍽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의 목소리마저 독서와 어울리는듯하며 마치 책 읽기 위해 태어난 사람마냥 그렇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그렇다고 '독서를 잘하는 법'과 같이 유치한 내용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저 독서를 '어떻게 할까?'가 궁금했고, 이 책은 정확히 그 부분을 집어준다.
서문에 정답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책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로 바꾸어서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아니 왜 읽어야만 한다고 할까?
이동진 작가는 책을 읽는 것이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통섭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지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필자는 하나 더 붙이면 저자의 생각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 쓰고 싶은 문체가 있는가? 그렇게 쓰는 작가의 생각을 책을 통해 따라가 보자. 나도 모르게 모방하는 것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독서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이동진 작가는 말한다.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하기엔 우리 모두 의지박약 하다는 것을 서로 알지 않는가?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아무 책이나 고르고 읽자. 다 못 읽겠으면 그만하고 다른 책을 고르자. 어차피 출판된, 출판될 책은 널리고 널렸다.
이동진 독서법에서 필자는 3가지 지점에서 꽤 오래갈 영감을 얻었다.
첫째. 문학을 읽기로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역사소설을 제외한 문학은 꺼려했다. 별 필요도 없어 보였고 낯간지러운 표현도 보기 싫었다. 책장엔 온통 '삶에 도움될만한' 책으로 가득하다. 이동진 작가는 문학에 다양한 삶이 있고, 언어를 가장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에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골라 쓰는 문학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간접적으로 살아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삶에 도움될만한' 책이 그다지 도움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미련도 없다.
둘째. 가장 책 읽기 좋은 장소와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런 장소가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저녁, 커피, 강물 같은 게 떠오른다. 사실 마음먹고 책 읽으러 그런 분위기 좋은 장소에 가봤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몸이 뒤틀린다. 그렇게 죄책감에 장소를 빠져나오곤 했는데 이젠 상관없다. 또 가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셋째. 책을 볼 때 3분의 2 지점과 목차를 보기로 했다. 작가의 힘이 빠지는 지점이 3분의 2 지점이라는 이동진의 통찰은 소름 돋는다. 작가도 사람인지라 쓰다 보면 그쯤에서 슬렁 써 내려가기 십상이고, 탈고도 처음부터 하다 보면 그쯤에서 대강 넘어간다. 문득 필자도 쓰고 있는 원고의 3분의 2 지점을 펴보았는데 가관이다. 문맥도 전혀 안 맞고 심지어 오탈자도 보인다. 그리고 목차가 왜 있는지 이제야 알았다. 목차는 설계도와 같아서 그것만 보더라도 글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있다. 지금껏 그것도 모르고 이런저런 공부를 했으니 제대로 되었을 리 없다.
솔직히 책을 읽는 것은 재미없다. 그저 입이 궁하여 필요할 때, 필요한 책을 읽었다. 이젠 책을 좀 더 편하고 재미있는 주제 위주로 읽고자 한다. 이동진 작가 말처럼 '있어 보이기' 까지 하니 꽤 남는 장사인 듯싶다.
From. 건조한 글쓰기 - 정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