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통신사와 콘텐츠 사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망중립성 관련 이슈에 관심이 높습니다.
[모바일 트렌드 2018]에서도 네트워크 거버넌스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고요.
그래서 최근 해당 주제가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고, 콘텐츠 사업자(포털, 게임사 등)의 입장에서 통신사 전략을 대응한다는 가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각 진영 별, 어떻게 가정하고 움직이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현황]
2019년 현재, 망 사용료와 관련한 이슈가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가이드라인 발표를 계획했지만, 각 사업자들의 되풀이되는 주장으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 관련 이슈는 크게 2가지로 보입니다. 첫째,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와 국내 콘텐츠 사업자 간의 망 사용료 차별 논란입니다. 2016년 기준 네이버는 약 734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한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캐시 서버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둘째, 네트워크 슬라이싱, 제로 레이팅과 같은 망중립성 논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위 사항은 망 투자 관리에 드는 비용을 결국 누가 부담할 것인지 대한 문제입니다. 이는 IT 생태계의 경쟁 룰에 대한 논의이기 때문에, 국내 콘텐츠 사업자는 이해관계를 반영한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통신사 전략]
먼저 카운터 파트인 통신사의 전략은 ‘5G 시대에 맞춰 망중립성의 예외 조항을 점차 늘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의 망 사용료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평성을 근거로, 망 사용료의 기준을 국내 콘텐츠 사업자에 맞추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망 사용료 인하와 같은 주장은 뒤로 밀렸습니다. 이는 향후 망 사용료에 대한 협상에서 콘텐츠 사업자에 불리한 여론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기껏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까지 합의하는 기준을 만들었는데,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자사의 이익만 생각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통신사는 망중립성의 ‘예외 사례’를 넓히기 위해 제로 레이팅 사업을 게임, 음악, 메시징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제로 레이팅은 ‘같은 콘텐츠, 다른 비용’의 개념이므로, 망중립성 철학의 예외적 사항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선 출시 후 규제’ 방침이 나오면서, 통신사의 콘텐츠 계열사 기반 사업 확장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또한 5G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신사가 자의적으로 네트워크를 운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향후 모바일 브로드밴드나 미션 크리티컬 IoT와 같은 ‘관리형 서비스’의 트래픽 비중이 커지면서, 전체 망중립성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의 가능 대응 전략 방향]
콘텐츠 사업자는 위 통신사의 전략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응이 가능할 것입니다.
첫째, 제로 레이팅에 상응한, 가칭 ‘콘텐츠 프리’ 서비스를 확산하는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유저의 인식 변화를 위한 개념입니다. 기존의 제로 레이팅은 특정 통신사를 사용하면, 콘텐츠 사용에 드는 데이터가 무료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를 뒤집어 해당 통신사 요금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콘텐츠 이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향후 망 사용료 협상에서 주요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제로 레이팅이 확산될수록,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보다 비용 협상에서 우위에 서게 됩니다. 반대로 ‘콘텐츠 프리’는 콘텐츠 이용을 위한 인터넷 가입 유저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둘째,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추진 목적에 따라, ‘공공 트래픽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현재 통신사는 관리형 서비스의 공공적 차원을 강조하며,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리형 서비스 중, 대용량 IoT나 미션 크리티컬 트래픽 서비스의 공공성을 논의하면서 필요에 따라 정부 지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운행 중, 트래픽의 지연은 갑자기 횡단보도 신호가 꺼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5G 시대의 일부 트래픽은 국민의 생명이나 생활과 직결하기 때문에, 공공성 논의의 시작은 가능할 것입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후, 관리형 서비스의 일부에 정부 지출이 들어갈 수 있다면 통신사는 함부로 관리형 서비스의 비중을 높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콘텐츠 사업자가 우려하는 관리형 서비스의 확장과 최선형 인터넷의 축소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전체 콘텐츠 사업자가 연합하여 높은 수준의 콘텐츠가 5G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는 측면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이는 ‘통신사의 무임승차론을 역으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고품질의 영상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이를 소비하기 위한 고가의 요금제 비중이 늘었습니다. 통신사는 월 최대 13만 원의 5G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2019년 2Q 기준, ARPU는 전분기 대비 통신사 3사 모두 0.4%에서 0.8%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고품질 콘텐츠가 통신사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량 트래픽 콘텐츠에 대한 망 사용료가 오히려 낮아야 한다는 것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와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형평성 기준을, 국내가 아닌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 맞추자는 전개도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