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글 쓰기가 중요한 이유
“왜 건조한 글 쓰기가 중요한가요? 꼭 글 쓰기가 건조해야 하나요? 따뜻할 수도 있잖아요.”
맞다. 글 쓰기는 다양하다. 따뜻할 수도 있고 말랑말랑할 수도 있고 유머러스할 수도 있다. 필자도 평소 감성적인 수필이나 소설을 즐긴다. 그런데 왜 건조한 글 쓰기를 선택했을까? 먼저 건조한 글은 재미가 없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아래 건조한 글이 주는 큰 감동이 아래 있다.
(1) 건조한 글에도 감동이 있다.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붙었고, 언 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그해 눈은 메말라서 버스럭거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그해 바람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습기가 빠져서 가벼운 바람은 결마다 날이 서있었고 토막 없이 길게 이어졌다. (중략) 사람 피와 말 피가 눈에 스며 얼었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렸다.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 김훈의 남한산성
필자는 소설가 김훈이 좋다. 사실적 표현주의에 입각한 정제된 그의 언어는 질리지 않는다. 위 문장은 정묘호란 겨울의 남한산성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내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 작가는 그해 겨울이 엄청 춥고 고되서 매우 힘든 시기였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감상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건조한 글은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감정이 더 들어갈 수 있다.
가수 임창정이 신인 때 슬픈 노래는 거의 울듯이 불렀단다. 그게 슬픈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작곡가 선배가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는 네가 너무 슬프게 들린다. 그래서 듣는 내가 슬플 기회가 없다.
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감정을 직설적으로 강요하기보단 다소 건조하지만 사실적이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면 독자가 느끼는 감동은 더욱 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조한 글 쓰기는 실용적이다.
(2) 건조한 글은 삶의 중요 시기에 필요하다.
건조한 글 쓰기는 생각 이상으로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 입시 논술, 대학 리포트, 취업 자기소개서, 회사 보고서, 사업 기획서, 법률 고소 등 삶의 중요 시기와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논리적 글을 완결적으로 써보고 읽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다. 따라서 SNS상에서의 단편적인 문장과 감성적 단어에 익숙해진 어린 학생들일수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글 쓰기는 몸 만들기와 같아서 하루 아침에 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본인 의견을 정제하여 서술해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 건조한 글을 자주 접하고 직접 써봐야 한다. 처음부터 잘 쓰겠다는 욕심은 버리되 솔직한 표현을 하자. 내 생각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편견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건조한 글 쓰기는 매우 유용하다.
By 건조한 글 쓰기. 정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