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합법적으로 해고하는 방법

직원이 자진해서 나가게 하는, 자연스러우면서 치졸한 방법들

by 건조한 글쓰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회사 생활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입사는 구체적으로 상상하지만, 퇴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희망퇴직 대상자의 나이가 더욱 젊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약 50세는 되어야 대상자에 포함되었는데, 요즘은 45세부터도 퇴직 대상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대략 그 나이쯤부터 회사에서는 '나가도 무방한' 계층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50세의 직장인은 30세에 결혼했다고 가정해도,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있는 자녀가 있을 것입니다.

조금 늦게 결혼했다면, 이제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나이에, 회사에서는 나가도 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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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직이 흔하기 때문에, 50세 때 퇴직금도 예전만큼 충분히 쌓여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퇴직금과 희망퇴직 위로금을 다 합쳐야, 1억 원에서 2억 원 정도를 손에 쥐면 많이 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도 다 대기업 이야기겠지요. 위로금이 없는 기업이 부지기수입니다.


이 정도 돈으로는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웬만한 프랜차이즈는 3억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럼 정답은 정해졌습니다. 바로 '존버'입니다.


회사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꿋꿋이 버티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사회 초년생 때는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회사에서의 퇴직 압력에 대해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고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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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존버' 전략은 사실 상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립니다.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직원을 나가게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회사가 어떻게 직원이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지, 그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순서는 약한 전략에서 점점 강도가 센 순서로 적었습니다.


#1. 회사 밖 파랑새

회사 밖에 더 좋은 미래가 있다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위로금을 받아 이것을 밑천으로 '자기 사업'을 해보는 게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더 늙기 전에, 위로금을 줄 때, 좋은 아이템이 있을 때,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바로 지금이 시작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20년 가까이 회사에서 시달렸기 때문에, '내 사업'에 대한 환상은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꿈을 갖고,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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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배의 승진

직장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방법에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후배를 먼저 승진시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선배가 먼저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45세 전후는 상황이 다릅니다. 팀장/임원이라는 직책이 코 앞에 있기 때문이죠.

회사에서는 과장/차장까지는 연공서열의 배려가 있다면, 직책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저는 빠르게 승진한 임원이, 본인 고등학교/대학교 직속 선배인 팀장에게 반말로 욕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아마도 그 팀장은 그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특정 기수를 퇴직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후배 사번들을 승진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채널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직원은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을 것입니다.


#3. 직무 변경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2번째 방법으로는 직무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이를 좋은 말로, '로테이션'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현장 중심', '고객 서비스 강화'라는 슬로건을 답니다.

회계를 하던 사람에게 현장 영업직을 맡기고, 영업을 하던 사람에게 AS 기술직을 시키는 것이죠.


당연히 업무 적응이 느리고, 실수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이 문제 삼아 문책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줄 명분이 생깁니다.

가뜩이나 갑자기 이상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차 있는데, 이렇게 누가 자꾸 건든다면 과연 몇 명이나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요?


#4. 업무 배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3번째 방법으로는 아예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입니다.

제가 신입사원 때 이렇게 당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일 안 해서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아예 안 준다는 것은, 그 조직에 속한 입장이라면 치욕스러운 일입니다.


모두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혼자 멀건히 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함께 밥 먹을 때 프로젝트에 대해서 갑론을박하고 있는데, 혼자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고 생각해보세요.

물론 무조건 업무에서 배제하진 않습니다. 프로젝트 대기 등의 이유로 중간에 붕 떠있는 시간이 길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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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왕따 만들기

왕따는 자존심을 최고로 상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보통 업무까지 배제하면 대부분의 직원은 스스로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존버'마인드가 뛰어난 분들은, 그럼에도 버티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정도 되면, 업무를 넘어서 개인적 생활까지 괴롭힘이 시작됩니다. 즉 왕따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왕따 만들기는 누군가의 주도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주변의 동료들이 나를 서서히 왕따 시킨다는 것이 상상이 가시나요?


왕따가 만들어지는 단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상위부서에서 부서 당 % 의 퇴직자 목표수를 부여합니다.

그러면 부서에서는 특정 조건(50세 이상, 최근 3개년 고과 평가 등)을 추려 퇴직 후보자를 선정합니다.

이후 대상자와 면담을 통해, 퇴사를 독려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계속 안 나가게 된다면, 부서 당 % 의 퇴직 목표를 채우지 못한 해당 부서의 부서장이 거꾸로 불이익을 받습니다. 따라서 부서장은 어떻게든 할당 %를 맞추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만약 대상자가 안 나간다고 버티면, 옆 사람이 나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원래 대상자가 나가는 게 맞다는 의견으로 모아집니다.

"오래 다니셨는데, 원래 하는 일도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라는 온갖 합리적인 이유들이 붙게 됩니다.

따라서 이 대상자를 제외한 일종의 합의가 모아지고, 이것이 왕따로 가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렇게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지요. 잔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둥글게 둥글게~노래를 하면서 하면서 의자 뺏기 놀이해 보신 적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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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라도 의자에 못 앉으면, 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의자를 빼앗아야 하고, 그것이 한 사람으로 타깃이 자연스럽게 모아지면 우리도 모르게 왕따를 시키는 것입니다.


#6. 합법적 제도를 동원하여 압박하기

회사는 함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습니다. 특히 5인 이상의 사업자의 경우, 이러한 규정이 심합니다. 다만 해고 대신에 다양한 합법적 제도로 직원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근무 태도로 압박하는 것입니다. 약간의 지각에도 정식 경고문을 발급합니다. 점심시간이 12시부터 1시라면, 이것을 칼같이 지켜야 합니다. 이렇게 트집을 모아 징계 위원회를 만들고, 3번 이상 징계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고 사유가 됩니다.


그리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것은 지키지 못하면 역시 경고문과 징계가 나갑니다. 이렇게 일일이 트집을 잡으면, 절대 버티기 어렵습니다. 작년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나왔는데요. 여기서의 괴롭힘은 폭언이나 성희롱과 같이 구체적 귀책사유가 상사나 회사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에 나온 부분에 대한 경고나 징계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는 법을 매우 준수하면서, 압박하는 부분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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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크게 6가지 방법을 설명드렸는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못 버틸 것 같나요? 아니면 의외로 버틸만하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우리가 한 가지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퇴사를 정하기보다는, 회사가 정한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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