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르는 게 많아서 미안해

by 오후 Lapres midi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알약이랑 물약이 소용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아이와 함께 뽀로로 영상을 보다 이 노래를 다시 만났다. 1988년 개봉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주제곡이었으니 얼마만 인지. 영화 내용은 가물가물해도 노래 만큼은 확실히 기억이 났다. 국민 동요라고 할 만큼 대한민국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건 아마 가사가 아이들 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래를 잘 못하는 나도 곧잘 따라 흥얼거리곤 했는데 특히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어른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당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어른들은 모른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런 의문도 같이 따라 다녔다. 어른인데 왜 모를까? 그리고 그 어른들은 끝까지 몰랐던 것으로 나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모른척 했을수도 있지만 아무튼)

30여년이 지나서 이 노래를 다시 듣게 된 나는 이미 어른이었다. 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같이 부르는데 그 때의 감개무량이란... 반갑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한 마음에 노래와 함께 나는 잠깐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었다. 모든 게 서운하고 불만이었던 그 시절로.


또 시간은 흐르고 뽀로로 애청자이던 아이가 청소년기에 들어섰다. 무릎에 앉히면 관절에 무리가 올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그리고 이젠 그 아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잖아.”

“치, 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때마다 나는 ‘모르긴 뭘 모르냐'며 '다 안다’고 펄펄 뛴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절대로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 사실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모른다고도 할 수 없기에. 어른이 되보면 알겠지만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부분도 있다. 나이는 괜히 먹은 게 아니므로. 하지만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모를 때도 있었다. 아이가 정말 뭘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갖고 싶은지...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고 내 속으로 난 자식이라도 사람인지라 다 알 수는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서 다 안다고 말한다. 몰라도 아는 척을 한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어른들도 모른다는 걸. 그 때 차라리 솔직히 얘기해줬으면 어땠을까? 어른들도 모를 수 있다고, 다 아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같이 얘기 해보자고 먼저 말해줬으면 좀 덜 서운하고 덜 억울하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우리가 이 노래를 떼창으로 불러가며 호소하진 않았을텐데. 그 날을 교훈삼아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노래해야 할 것 같다.

‘너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너희가 무엇을 갖고 싶어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라고. 아무것도 모르니 같이 얘기해보자고. 더 많이 얘기해달라고. 그래야 어른들도 알 수 있다고. 그리고 갈수록 불통이 되가는 아이와의 관계를 위해서라고 매일 마음에 새겨야겠다.

‘다 안다고 착각하지도 말며 아는 척하지도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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