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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Lapres midi Dec 29. 2022

나의 최애 장바구니

비워도 비워도 다시 채워지는...


이제는 장바구니 하면 손에 들린 묵직한 시장 가방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의 장바구니가 먼저 떠오른다. 이 장바구니는 코로나19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 싶다. 클릭 한 번으로 각종 산지의 신선한 식재료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의 영양제까지 담아 집까지 가져다주는 장바구니라니. 이처럼 온라인 장바구니의 매력은 넘치고 또 넘치겠으나 그중 칭찬해주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아무리 많이 담아도 하나도 무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손가락 근육 몇 개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서 팔뚝이 두꺼워질 걱정일랑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 무게를 가늠할 수 없기에 한없이 담게 된다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 충동적 구매를 한 번은 필터링해준다는 기특한 면도 있다. (구매하기를 누르기 전 일단 담아놓고 생각할 시간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가입한 쇼핑몰 수만큼의(이 중 장기간 비로그인이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 몰도 상당함) 장바구니 수 또한 헤아릴 수 없으나 그중 유난히 애정하는 바구니가 있다. 비워도 비워도 다시 채워지는 바구니.(남들은 이것을 가사탕진의 주범이라고도 함) 그건 바로 온라인 서점들 장바구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Y, A, K가 있는데 참 신기한 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거기서 거기임에도 불구하고 장바구니의 책들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세 곳 모두에서 매달 주는 혜택들(적립금, 쿠폰, 굿즈 등)이 있기 때문에 3사 골고루 이용하고 있는 관계로 책이 겹칠 확률은 일단 낮다. 게다가 브랜드마다 단독 이벤트들이 있어서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책들도 있다. 수시로 눈에 띄는 신간들이나 평소 읽고 싶은 책들을 이곳저곳 오가며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 놓는다. 담기만 하는 거야 아무런 문제 될 게 없기에 일단 담는다. 1초의 주저함 없이 다 담는다(담은 줄 모르고 또 담을 때도 있다) 그렇게 담긴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책향기 그득한 서재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어 스크롤 업다운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이 모든 아이들을 한꺼번에 들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미 장바구니에 들어온 건 내 것이나 다름없기에 마음의 절제 버튼을 살포시 누른다. 그리고 때를 기다린다. 매월 초 들어오는 적립금을 사용해서 각 사이트에서 1권~2권씩 구입한다. 그러고 나서 구매 마일리지(또는 적립금)를 또 기다린다. Y의 경우는 주말마다 1000원씩 적립금을 쏘기 때문에 약간의 자제력만 있으면 월 최대 4000원까지의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월중에도 OX퀴즈 등 각종 이벤트로 1000원의 적립금을 획득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책사고 받은 적립금에 1000원을 보태서 또 한 권의 책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횡재가 또 어디 있겠냐고 마냥 좋아하며 홍보발을 올리는 내 모습을 두고 누군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니냐고, 결국 상업용 미끼에 먹힌 호갱님이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 OK! 인정! 나도 안다. 하지만 책값보다 돈을 덜 주고 책을 사겠다면 그거야말로 도둑 심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이 베푸는 약간의 은헤를 받겠다는 것 뿐)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투철한? 정신이 가히 기특하지 않은가? 또한 어차피 살 거라면 단돈 천 원이라도 싸게 사면 마땅히 기쁠 일 아니겠는가? (다음에 오프라인 서점의 장바구니 이야기도 할 계획이기에 여기선 온라인 서점에 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내 책 중 반 이상은 서점에서 정가 다 주고 산 책들이 더 많을 뿐더러 곧 오프라인 책방을 오픈할 예정)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빼꼼빼꼼 사들이는 일이 삶의 낙이긴 하지만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장바구니에만 쌓아둬도 충분한 책들이 집안 곳곳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3사를 두루두루 이용하다 보니 택배가 심심치 않게 날라 오는데 가족들 눈치가  여간 아니다. 심각한 환경오염에도 한 몫할지 모른다는 자책감까지...  굿즈의 유혹으로 한 두 권에서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어서 장바구니가 금세 비워지기도 한다는 건 안 비밀.

마치 가나안 포도주의 기적처럼 비워도 비워도 다시 채워지는 이 맛에 나는 또 새해를 앞두고 장바구니를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좋고 주문하기를 클릭하면 더 좋은 것이 바로 책바구니. 그래도 양심상 2023년엔 사놓은 책부터 읽어보자는 야무진 계획을 올해도 어김없이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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