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어느새

[바라보라 글쓰기 19기] 10일 차 글쓰기

by 조보라

무엇을 비워야 할까.


집안을 둘러본다.

사실 비워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옷장, 서랍장, 책장 가득가득 차 있다.


베란다부터 비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베란다에도 쌓여있는 물건이 많다.

그중 먼저 비워야 할 물건은 바로 화분이다.


세어보니 빈 화분이 13개다.

어느새 이렇게 많아졌구나.

그사이 이렇게 많아졌는지도 몰랐다.

한참 꽃과 식물을 키우던 2022년-2023년 때 들여놓은 화분들이었다.

이젠 식물들을 더 이상 키우지 못하면서

빈 화분으로 남아있다.

아이들이 귀여운 화분들 몇 개 가지고 온

다육이들만 살아남아 있다.

아주 무심한 주인인데도 용케 살아남은 식물이 있다.

그건 바로 '고무고무'다. (우리 아들이 이름 붙여주었다)

겨우내 베란다에 있고, 방치한 탓에

고무나무 잎들이 다 축 늘어져 있다.

오늘 오랜만에 물을 주고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잎을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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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고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것은

2022년 5월 어린이날 행사 때 받아온 손바닥만 한 모종이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잎 2개뿐이던 작은 고무나무가 이렇게 자랐다.

어느새 4년이 지나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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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돌봐주지 못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고무고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무심한 나를 용서해 주련.

비워야 할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다, 잊고 있던 화분과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몇 해동안 화분과 고무고무가 우리 집에 있었지만,

있었는지도 잊은 채 살았다.

비워내는 순간, 우리는 잊고 있던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이번 주말, 빈 화분들을 내놓아야겠다.

그리고 고무고무를 다시 잘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아무래도 식물 영양제부터 사야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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