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解氷)의 공식'을 만나다.

지혜를 배운다. 자랑스럽다.

by 조보라

강렬하다.


시 한 편의 첫 문장을 만나고 마음이 떠나지 못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냉동시키고

남자의 절망도 얼어버렸다"

- 박지영 시인의 시 "해빙의 공식"에서 -


시 전체 내용은 아래에 소개한다.

박지영 시인의 시 "해빙의 공식"

시인은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을까.

단어를 선택하고, 그 단어에 농밀하게 의미를 담고자 했을 테니 말이다.


이 시를 읽는데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아니 모르겠다."


밑도 끝도 없는 충격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방인>처럼

<해빙의 공식> 시의 첫 문장은 예상치 못한 잽을 날린다.

독자들에게 충격과 안쓰러움, 슬픔을 준다.

뒤 이은 내용 궁금하게 만든다.


시인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해석은 독자의 몫이므로 나만의 해석을 해 본다.


사랑하는 아내를 왜 냉동시켰을까.

그러고 나서 남자의 절망도 왜 얼어버렸을까.


인생을 살면서, 절망이 얼었다, 녹았다 하겠지.

꽁꽁 얼어붙어, 절대로 녹지 않을 것처럼 보이다가도,

뜨거운 상태에서, 어느 순간 다 녹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냉동되는 순간, 해동되는 순간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나의 형태가 사라지고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무엇을 하려 하기보다, 견딜 수 있는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할 테다.



이런 심오한 시를 쓴 [바라보라 글쓰기 챌린지 참여자] 박지영 작가님.

자랑스럽다.

박지영 작가님과 정황희 작가님 두 분을 비롯한 여러 시인 분들이 참여한 공저 시집 발간 소식을 읽고, 마음이 기뻤다.


박지영 작가님, 정황희 작가님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일상과 사유를 고민하는 글쓰기 동무로 만나,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다.


박지영 작가님 스스로는 '자랑할 만한 게 아니다, 습작시라고 하며 신통치 못하다'라고 말한다.

어우. 이런 글이 신통치 못하면

누가 글을 쓰겠는가.

무척 신통하고 근사한 일이다.


삶에서 길어 올린 한 단어 한 단어를 시와 글에 담으니 울림을 준다.



예비 작가방에 있는 몇 명 작가님들과

사석에서 만나서 '챌린지 글쓰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보통 이런 반응이다.


"어머, 어쩜 그렇게 다들 글을 잘 쓰지?

진짜 글이 좋더라"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글을 정작 본인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나 몰라.

매일 평범한 듯 보이는 삶에서 길어 오르는 글이 얼마나 좋은지 본인들은 모른다.

뭔가 거창하고 특별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작가들이 쓰는 글이 내 이야기 같아서,

내 마음과 닮아서 더욱 공감이 가고 마음을 움직인다.


박지영 작가님을 포함해서 우리 작가님들의 좋은 글을 널리 알리고 싶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고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책을 낼 수 있도록 돕고야 말리라.


그러려면, 나부터 책을 내야지 뭔 말이 많은가.

누군가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일 따뜻한 책을 발간하기로 마음먹는다.

작가의 이전글'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