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이 들 때

눈이 녹듯, 걱정도 녹아내린다.

by 조보라

설렘이 한순간, 걱정으로 바뀐다.


첫눈은 늘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그 설렘은 불편과 위험으로 걱정을 안겨준다. 폭설이 오고 난 후 출근길, 아침에 출발한 버스가 길 위에 1시간째 서 있다.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려면 25 정도 걸리는데, 도로에 눈이 얼어붙은 탓에 버스가 엉금엉금 기어간다. 왜 이렇게 늦게 가느냐며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반대편 차선을 보니 아뿔싸. 사고가 나서 여러 대의 차들이 뱅그르르 돌아 있고 그러 인해 차들이 몇 중 추돌이 난 것으로 보였다. 모든 차선의 차들이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폭설이 내린 후 눈이 얼어붙으면서 빙판길이 되었다. 난리가 난 도로 상황. 사고 난 차량들과 그 사고로 인해 꼼짝도 못 하는 다른 차량들까지 버스, 트럭들이 얼마나 아찔했을까.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를 생각하니,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러고 보니, 내가 회사 늦는 게 대수인가 싶었다. 사고 안 나고 안전하게 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졌다. 천천히, 버스기사가 안전운행을 한 덕분에 양주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눈으로 인해 꼼짝할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차에서 내려 많이 걸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양주역까지 안전하게 태워주신 7번 버스 기사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하철을 타러 올라갔다. 플랫폼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탄 지하철 안에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지하철이 지연 운행이 조금 있었지만,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압사의 공포를 느꼈다. 창동역 도착이다. 내가 내리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내리려고 서로를 밀다 보니,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이러다 누구라도 넘어지면 진짜 큰일인데..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환승 계단도 사람들이 가득 찼다. 누군가, '밀면 큰일 나요.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가요!'라고 외쳐주면 좋겠다 싶었다.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걷는 길도 어찌나 미끄럽던지,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무사히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의자에 앉으니 다리 힘이 쭉 빠진다. 당연한 듯 여기던 출근이 오늘은 소중하게 다가온다.


한 시간 늦게 출근했으니, 한 시간 늦게 퇴근했다.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무사히 마치고 퇴근하는 길. 마음이 홀가분하다. 금요일 저녁이라 기분이 더 좋다. 다행히 퇴근길 지하철, 버스는 다시 평소와 다름없이 운행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도 다시 쌩쌩 달린다.


집 현관문을 여는데, '안도감'이 든다. 오고 가는 길,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걱정과 염려는 눈 녹듯이 녹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첫눈이 내린 하루, 설렘은 걱정으로 바뀌었고, 걱정은 다시 감사로 이어졌다. 빙판길 위에서 버스가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도, 혼잡한 지하철이 멈추지 않고 달려준 것으로도, 집 현관문을 열며 '다행이다'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던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

평범한 일상에 약간의 위험이 더해지는 순간,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그제야 알게 된다. 매일 반복하는 출근과 퇴근,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기적이다. 눈이 녹듯, 걱정도 녹아내리고 무탈한 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에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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