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스로 묻기!
콩나물학교 제갈건 교수의 철학 수업을 들었다.
동양철학을 소개해 주었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특히나 동양철학은 학창 시절 배우면서 졸기만 했던 터라
재미없는 거라 여겼다.
이럴 수가.. 이렇게 우리 삶에 주는 놀라운 비밀들이 담겨 있었다.
오늘 동양 철학의 중요 개념 중 몇 가지를 요약한다.
장자의 철학
1. 소요유(逍遙遊) : 온 세상이 들고일어나 칭찬하더라도 더 기뻐함이 없고
온 세상이 들고일어나 비난하더라도 더 기죽음이 없다.
얽매임 없는 자유로운 삶, 세속적 가치와 집착을 벗어난 상태.
2. 제물(齊物) : 기준을 제거함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낙을 누린다. 기준이란 자기만의 욕심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선악, 시비, 호오, 미추를 따지는 데, 기준을 다 빼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기준을 세우고 판단할수록 인생이 어지러워지는 이유이다.
사람, 사물, 현상 전체를 가지런히 해서 높고 낮음을 평준화한다는 뜻이다.
- 심재(心齋) : 마음 비움의 빛(편견 제거)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야 한다.
귀로 들으면 막힘이 있다. 마음으로 들으면 잘해야 받아들이게 될 뿐이다. 기운은 마음까지 비운 채 기다린다. '도'는 빈 곳에 깃든다.
- 좌망(坐忘) : 생각을 멈추는 덕(판단 중지)
3. 물화(物化) : 세상 만물이 변화를 주고받는 일이다. 만물은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서로 변하고 바뀌며 결국 도의 큰 흐름 속에서 하나가 된다.
-예) 갈대밭을 바라보면, 갈대라는 전체 풍경으로 보이지만, 갈대는 하나씩 움직인다.
-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이해할 수 없다. 공간의 구속을 받기 때문이다. 여름 한 철만 사는 벌레는 얼음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의 속박을 받기 때문이다. 자신의 배움이 전부인 줄 아는 선비는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 가르침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4. 안명(安命) : 어쩔 수 없는 일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힘이다.
"그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명을 따라 편안히 지내는 것. 이는 덕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5. 무위자연(無爲自然) : 나다워지는 길, 그 사람이 타고난 본질을 존중하는 것. 타고난 자연스러움을 따름으로 사사로운 평가가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폭력은 너를 나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폭력을 행사하며 살아왔는가.
<제갈건 교수의 철학 설명과 개념 중에서 요약정리>
수업에 빠져들며 수업 내용을 블루투스 키보드에 연결하여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그래그래! 바로 이렇게 살아가야지!
얽매임이 없고, 세속적 가치와 집착을 벗어나고, 자유를 누리기.
높은 기준과 욕심을 들이대며 괴롭히는 것을 멈추기.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변화하고 성장하기
어쩔 수 없는 일을 편안히 받아들이기.
인생의 중요한 네 가지 태도를 마음에 새긴다.
그러던 중, 휴대폰에 메시지가 날아든다.
'보건복지부 기관 평가 결과 나왔어요!'
파일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2022-2024년 3개년 기관 평가 결과. 결과는 처참했다. 기대를 했나 보다.
형편없는 결과를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불덩어리 같은 게 확 올라온다.
불과 5분 전까지, 높은 기준과 욕심을 버리고, 집착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맞던가.
평가 같은 결과에 좌지우지 안 하리라,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사람이야라고 여겼지만.
오늘 기관 결과를 받으니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결과가 이 정도라니 실망스러웠다.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3년간 그렇게 고민하고 열심히 체계를 잡는다고 애쓴 것 같은데 헛다리를 짚은 걸까.
단순히 평가만으로는 담기지 않는 우리 기관만의 실천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물거품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우리만 열심히 하면 무슨 소용인가.
이런 허무감이 나를 압도한다.
타고난 모습이 다 다른데, 비교와 판단, 경쟁이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지!
이 밤에 여실히 여전히 얽매여 있고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 기관이 최고라고, 우리 직원들 일 잘한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그 밑바탕엔 내 공로 의식이 깔려있었다. 그런데 평가를 이렇게 받으니 내가 제대로 못해서 이렇다는 생각으로 연결되니 마음이 쓰린다. 한없이 겸손해진다.
소요유와 안명을 지키기가 이렇게도 어려운가.
평가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 칭찬에도 들뜨지 않고, 비난에도 기죽지 않는 태도,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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