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발명하는 일>을 읽고
우리 기관의 유용한 제도 중 하나는 바로 시차출퇴근 유연제다.
8시-17시 근무, 8시 30분-17시 30분, 9시-18시, 10시-19시, 11시-20시.
여러 유형 중에 본인의 상황에 맞게 한 달씩 신청해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다.
또 필요에 따라 하루씩 업무 일정에 따라 변경 신청을 해서 출퇴근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자녀 등원 및 등교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우리 법인 감사관이 기관에 왔을 때, 출퇴근 기록부를 어찌나 자세히 들여다보는지
최근 3년 동안 점점 더 꼼꼼해지는 추세다.
심지어 지각 1분까지 다 잡아낸다.
지각 3번 이상이면 기관장 면담 및 경위서까지 쓰게 되어 있다.
2년 전, 감사 마친 후 한 마디씩 해 보라고 했었다. 나는 다른 기업들처럼 자율적 출퇴근을 정해서 주 40시간만 맞추는 형태로 근무하도록 하면 안 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떻게 관리 운영하느냐며, 혼나는 듯한 책망을 들었다.
우리 기관에 재작년에 한 달에 10번 넘게 지각을 하는 직원이 발견될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지각을 많이 하는 몇몇 직원도 발견되면서 주의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이를 대비하기 위해 기관 자체적으로도 직원들의 출퇴근 기록부를 타이트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각 금지!!!! 를 강조하면서 직원들에게 시간 준수를 외친다.
지각 관리 대장, 출퇴근 기록부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지각을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지각을 하더라도 하루 8시간이 되도록 만근을 하거나, 본인 지각분만큼 시간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심지어 3번 지각하면 면담을 하고 지각을 더 할 경우는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이야기가 80년대 이야기냐고?
아니다.
바로 2026년 현재, 내가 속한 조직 이야기다.
하지만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조직 문화가 있다.
바로 에스투더블류다.
이곳은 '완전 자율 출퇴근' 방식을 사용한다.
출퇴근 시간을 강제로 지정하거나 근태를 별도로 기록하는 공식적인 제도나 절차가 없다. 재택근무도 언제든지 허 용한다. 회사와 집의 거리가 너무 먼 경우 출퇴근을 하다가 지치게 되고 이는 곧 업무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본다.
이런 게 가능한 것은 '언제 어디에서 일을 하든지 여러분이 각자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신뢰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업무 자율성과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아니 나는 왜 이렇게 출퇴근 시간에 얽매여 있는 걸까.
지각하는 직원을 유심히 살피고
업무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몇 해전 나 역시 먼 거리 출퇴근하다가 지치는 경험을 했다. 왕복 5시간을 출퇴근을 하면서 고통스러웠다. 울면서 직장을 다녔다. 그래서 집 가까이로 직장을 옮겨야 하나, 고민도 컸었다.
어느새 나도 많이 경직되었다.
다 같이 시간을 준수하고, 눈앞에서 업무를 하지 않으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건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내 안에 은연중 깔려있다.
조직 진단 후 조직원들에게 언제나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매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1등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스스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에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그들이 반드시 출전해야 하는 게임에서 건강하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매일 임직원들이 자기 스스로 회사가 허락한 자유 안에서 자신을 돌보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 강도를 조절하며 일하다 보니 에스투더블유의 '완전 자율 출퇴근' 제도는 창업 초기부터 8년 차에 이르는 지금까지 무리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르게 발명하는 일> 명지연, 매일경제신문사, 75-76p
이런 상황에서 에스투더블유의 색다른 조직문화를 보니 부럽기도 하면서 언제 이렇게 되려나 한숨이 나온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업무 결과로 보여주는 책임을 강조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제도다.
회사가 허락한 자유 안에서 자신을 돌보고, 업무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하려면 결국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의 시간관리, 성과관리 등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되 강도를 계속 조절하면서 꼭 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되, 그 외에 일은 과감히 힘을 뺄 줄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우리는 꾸준하게 성장할 게 분명하다.
안전한 회사의 문화 안에서 에스투더블유의 조직원들은 본질 외의 일들에 눈치를 보거나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일에만 집중하며 해외 진출을 위해 힘쓸 수 있다. 조직의 선배들은 후백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후배들은 그들의 리더십을 따라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힘을 모은다. 그러니 한국 소프트웨어의 세계 진출을 이끄는 힘은 '서로를 믿는 마음'일 것이다. 그 결과의 한 사례가 괄목할 만한 해외 매출 성과와 앞으로의 무한한 성장성이다. <다르게 발명하는 일> 명지연, 매일경제신문사, 8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