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죽일까, 말까.

'어이없을 때' 취할 수 있는 태도

by 조보라


"어, 당신! 마음의 소리, 애봉이 닮았다"


자기 전에 누워서 나를 바라보더니 이런 소리를 하는 남편.

참나, 아내에게 할 말이 이거라니.


조금 후 나를 안더니 또 한다는 소리가

"이제 운동 강도를 조금 더 높여야 하지 않겠어? 좀 무거워졌는데?"


2 연타로 아내 속을 뒤집는 남편.


설사, 내가 동그란 얼굴에 단발머리인 애봉이를 닮았다 치자.

그리고 최근 운동을 하지 못하고 스트레칭만 하는 데다, 많이 먹어서 몸무게가 2kg 이상 쪘다고 치자.


하지만 굳이 내뱉지 않아도 되는 말로 아내 속을 뒤집을 필요가 있나.

예쁘다, 사랑스럽다 해도 부족할 판에.

상대방이 듣기 좋지 않은 농담으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


남편에게, 좀 전에 들은 말들을 글감으로 써야겠다고 선언했다.

"남편, 죽일까, 말까?"

제목은 이렇게 해야겠다고 남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안마를 해주겠다며 팔꿈치로 남편의 가슴팍을 지그시 눌러줬다.



누군가 내뱉는 농담으로 마음이 거슬린다면 취할 수 있는 태도 세 가지를 나누고 싶다.


첫째, 어처구니없는 말로 속이 뒤집힐 때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건 네 생각이고'라는 태도로 거리를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농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말과 나를 분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나를 지켜야 한다.


둘째, '그러든 말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라는 태도로 넘긴다. 농담을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고 가볍게 흘려보낸다. 쿨하게 받아넘기는 태도가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셋째, 그 일을 글감으로 풀어낸다. 거슬리는 말을 곱씹기보다 글로 풀어낸다. 글로 쓰다 보면 상황이 웃음으로 바뀌고 좋은 글감이 된다. 남편에게도 말하고 이렇게 글도 쓰다 보니 웃고 넘어가게 된다.


"원래 농담은 실없는 소리로, 한 번 웃자고 하는 소리다. 그런데도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농담 끝에 살인 난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으면 죽게 된다. 그래서 농담을 할 때는 과연 이 시점에 농담이 필요한지 빠르게 파악하고, 제대로 효과가 있을지 판단하는 센스가 필수적이다. 그런 센스 없이 하는 농담은 다른 사람을 베고 자기를 베는 칼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반대로 센스를 갖추고 사람을 살리는 농담도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참 괜찮은 어른> 이서원, 마디북, 프롤로그 90p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말을 내뱉는다. 내가 뱉은 말 중에도 사람을 살리는 말이 많을까, 죽이는 말이 많을까.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을 살리고, 차가운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을 죽인다. 따뜻한 말을 선택하는 하루가 필요하다.


남편에게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갚아야겠다.

오늘 하루도 힘내고 수고하라고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를 하나 보내야지(더 무서우려나.ㅋㅋㅋ)

나부터, 오늘 하루,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말 한마디를 건네보려 한다. 그 말이 내 마음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농담이 사람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 차가운가 따스한가로 판가름 난다.
<완벽하지 않아도 참 괜찮은 어른> 이서원, 마디북, 프롤로그 92p



덧, 애봉이 사진 하나 투척합니다!

<마음의 소리> 애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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