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라 글쓰기 19기] 6일 차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딸. 인생 첫 반장 선거가 열렸다.(1-2학년까지는 반장 체계가 없었다.)
딸은 반장 선거에 나갔다. 반 아이들 23명 중 총 8명이 반장이 되겠다고 나서다고 한다. 다들 뭔 열정이 이렇게 가득한 것인지. 8명의 후보자들이 공약을 발표하고 치열했다고 한다. 딸도 공약을 정성스레 쓰고 발표를 했다.
23명 중 8표를 받아 딸이 최고 득표를 얻었다고 한다. 과반수가 되지 않아 다시 투표를 했고, 2차 투표 결과 11표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과반수가 넘지 않아 3차 투표를 했다. 결국 패하고 말았다. 1차, 2차 최고 득표자였지만 결국 그건 아무 소용없다. 딸은 속상했다고 했다.
딸에게 "눈물은 안 났어?" 묻자, 울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 우리 딸, 진짜 대단하네?"라고 말했다.
딸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 기도했거든. 반장이 안 돼도 웃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야."
와.. 이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인가.
작지만 커다란 우주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실패해도 웃을 수 있는 힘이 있는 아이였다.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너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이야. 엄마 곁에 와 주어 고마워. 어쩜 이렇게 예쁜 마음과 기특한 생각을 했어? 용기 내어 반장 선거 나간 것만으로도 정말 잘했어. 반장이 되고 안 되고 상관없어!"
딸은 조금 있다가 가치관 경매 증서를 들고 나에게 온다.
"엄마, 내가 이거 가치관 경매할 때 샀잖아. 나에게 소중한 거라고!"
- 가치관 경매 증서 : 높은 자리(리더, 반장)에 올라가는 것 -
딸에게 '꼭 높은 자리에 안 올라가도 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치~, 엄마는 5년 동안 반장해 봤으니까 그런 말 하는 거지. 나도 반장 할 거야. "
자기는 2학기 때 반장 선거도 다시 나갈 거고, 5학년 때는 전교 회장도 나갈 거라고 한다. 포기를 모르는 그녀다. 반장을 왜 하고 싶은 걸까? 자기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 마음껏 시도하고 노력해 보고 올라가 보렴.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번에 반장이 되지 않은 게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하는 일마다 곧바로 다 잘 되면 교만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딸아이는 하는 일마다 잘하는 편이다.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한글도 4살 때 읽기 시작하더니, 학교에 들어가서는 받아쓰기도 늘 100점이다. 뭘 알려주면 뭐든 빠르게 배우고 하면 곧잘 잘해서 칭찬도 많이 받는 아이다.
어쩌면 딸에게는 첫 번째 실패일 수 있다. 실패하면서 쓰라린 마음도 겪어보고 그 쓴맛도 다룰 수 있는 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게 딸은 또 한 뼘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실패해도 웃을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아이의 기도처럼 나도 실패해도 웃을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랑하는 하온아,
우리, 실패해도 웃으면서 그렇게 살아보자.
올라가도 행복하고
안 올라가도 행복하게 말이야.
#비우며살고싶습니다 #실패해도웃을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