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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모래 May 10. 2020

나의 인생은 이제 시작입니다.

신남성의 시작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대한민국 보통 남자라는 기준을 맞추며,

장남으로 부모님 걱정 안 하시게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애어른 소리를 들으며 다른 모든 사람에게 맞추면서 살았다.

정작 나는 나를 잊고 살았었다.


결혼 1년 후 아이가 태어났고 더 열심히 살았다.

내 집을 장만하여 아이가 편안히 쉴 곳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조금 더 좋은 음식을, 조금 더 좋은 옷을, 조금 더 좋은 장난감을 사주고 싶었다.

이른 새벽 6시 출근길은 아직 퇴근하지 못한 달이 나에게 인사해 주었고, 불규칙한 퇴근시간 늦은 밤 그 달은 나를 맞이해주곤 했다.

출근인지 퇴근인지 가끔은 잊어버리며 그렇게 반복된 일상을 정말 열심히 살았다.


잠든 아이와 아내를 보고 출근하여,

잠든 아이와 아내를 보며 퇴근하고,

주말에도 일이 있다면 출근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다.

좋은 인사고과와, 빠른 진급은 보상으로 돌아왔지만 알 지모를 공허감은 더 커져만 갔다.


그렇게 3년 열심히 살았지만,

가족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와 가족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지고 있었다.


아이의 성장은 휴대폰 속에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는 게 전부였던 거 같다. 가족과의 대화는 단절되었고, 나는 가족 안의 고립된 섬이 되었다.


드라마"기억"의 대사처럼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정작 가족을 위해 한일이 없었다."

육아 휴직이 끝나가는 아내가 나에게 이야기하였다.


“나는 당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하면서 당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어.

 돈은 내가 벌어도 되니, 이제 정말 당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


아내는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다른 사람 관점으로만 살고 있다는 걸 아내는 알고 있었던 거다.

장남으로, 아빠로, 남편으로 그 무엇 하나 내가 없는 삶을 거짓말처럼 살고 있었던 거였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게 내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여도 힘든 세상에서 아내는 용기 있게 이야기해주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능력이 없는, 문제가 있는 남자로 생각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아내에게는

일이, 돈이 아닌 남편이, 아이의 아빠가 그리고 삶에 행복한 내가 필요했었던 거 같다.


그 이후 긴 이야기와 대화는 6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나는 2657일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였다.

퇴사하는 날  몸은 홀가분 해졌지만 마음은 무거워졌었다. 그날의 시작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누구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먼 길을 걸었다. 거짓말처럼 살았던 그 길 또한 나의 선택이었기에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내가 만들어 둔 기준에서 나를 열심히 살게 만들었다. 어쩌면 매일 같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늘 불안했고 늘 해야 하는 것들 속에서 나는 정작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던 거 같다.


바로  자신은 없었다.


그걸 지켜보는 아내는 그 시간 동안 나보다 더 힘들어했고, 아파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난 주부 남편으로 새로운 시작을 한 지 1199일이 되었다.


나보다 나를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아내가 있었고, 아이와 함께하는 1199일의 시간은 부족한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와 먹고, 놀고, 잠드는 시간을 겪으면서

생각보다 나는 인생의 시계에서 그렇게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은 길지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 소중하게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주부의 시작은 처음부터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혼자 뒤처져가는 거 같았으며, 알 수 없는 우울함에 빠지고, 밤잠을 설치기가 일수였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 나 자신을 부정하는 행동을 그만하고,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어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백설기 만드는 아빠, 놀이터의 이방인, 그림책 좋아하는  쓰는 아빠가 되었다.

시작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정답도 확신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하다. 그 누구도 나의 시작을 잘하였다고 처음부터 이야기해 줄 수 없을 것이다. 결과가 좋아 누구가 시작한 일을  따란 한다고 하여도 그 결과가 좋다고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 순간 그 시작이 동일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나의 삶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나가고 있는 진행형이다.


그 누구보다 새로운 남성이 되었다고, 그렇게 나를 인정하고 있다.

나를 “신남성”이라 부르며, 나 자신을 더 인정하며 가족을 위해 하는지 금의 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이제 나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가족이 필요한 그리고 가족을 위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나의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신남성입니다."

이제 나를 인정하는 나의 행복한 인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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