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산다는 것
강아지를 키우기 전 어릴 때도 그렇고 어른이 될 때까지 나는 개가 무서웠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반려동물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내가 아이일 땐 길에 주인도 목줄도 없이 다니는 떠돌이 개가 간혹 있었다. 할머니나 이모 댁에 간다고 하면 날보고 무섭게 짖는 개를 마주칠 생각에 겁부터 먹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여전히 강아지 포함 동물이 무서웠다. 이런 내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긴 사연이 있지만 쓰기는 부끄럽고 정말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 있었다.
마음이 힘든데 동물을 키우면 낫지 않을까 이런 이기적인 마음이 그 시작이었다. 생각 없는 이유였고 가벼웠다.
신기하게도 동물은 사람을 치유하는 초능력이 있다. 늘 불안정하고 이기적이며 겨우 숨만 쉬고 살아있던 사람을 구해줬다. 근데 이건 인간 중심 결과고 나는 애초에 강아지, 반려동물에 대한 그 어떤 지식도 이해도 없었다. 그게 아직도 미안하고 미안하다.
내 강아지는 다섯 살 된 푸들이다. 이름은 포도. 자식을 낳아 본 적도 없지만 내가 낳은 딸이다 생각하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어쩔 때 나는 언니고 어쩔 땐 엄마다. 호칭이 뭐가 됐건 이 꼬마는 강아지도 아니면서 또 실제로 자길 낳지도 않은 이 거대종을 자기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게 정확히 뭐라고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5월 5일,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의 마음으로 반려인들도 기다리는 어린이날.
나도 우리 집 막내. 꼬마를 위해 개린이 날(어린이날)을 챙겨줬다.
착하게 포즈를 취해줬고 음식은 내가 먹었다...
이날은 산책도 많이 하고 재밌었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내 어린이와 언제까지나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강아지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노년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내 아기는 나보다 빨리 나이를 먹는다. 그렇지.. 나에게 하기 싫던 생각을 직면했다.
나는 포도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서 SNS를 열심히 했었다. 포도의 일상을 기록하는 게 재밌다. 누가 보는진 몰라도 매일 업데이트를 하고 예쁘고 새로운 걸 보여줘야 했다.
예쁘고 귀여운 내 아이 모습을 공유하고 싶은 반려인의 마음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지만.. 나는 너무 열심히 했다. 나처럼 과도하게 남을 의식하고 살면 중요한 걸 잊는다.
휴대폰만 들여다볼 동안 포도는 나만 바라봤고 나만 기다렸다.
계정 삭제만 하면 어쩌면 영원히 끊어질 관계에 시간을 쏟는 주인. 네모난 화면만 들여다보는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
예쁜 카페에서 예쁜 옷을 입히고 만족한 건 나였다. 작은 강아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온순하게 주인이 하자는 대로 기다려줬다. 글을 쓰는 지금도 포도는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소중한 것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면 그걸 찍어서 남기는 대신에 눈으로 한번 더 관심 있게 쳐다보고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이제 카메라를 꺼내는 대신 나는 포도를 한번 더 안아주고 무게를 기억하고 체온을 기억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