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하지 않은 나에게 수치심을 느낀다.
기운 없고 우중충하게 태어난 내 기질과
몸에 배어있는 유년기의 가난한 습관과
나를 똑 닮은 무능하고 짜증 가득한 주변 사람들과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모두 박살 난 내 몸은 비정상적인 것이라 숨겨야만 하는 것, 정상이 아닌 나를 외면하고 싶다.
인간은 스스로 연민을 가질수록 불행해진다.
어쨌든 저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어제를 살아냈다. 자살률 최강국에서 또 하루를 버텨낸 것이다.
멋지다. 잘했다. 멋진 어른은 ‘비정상‘에 하루 종일 집착하면서 슬퍼하지 않는다.
나는 내 강아지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도 강아지처럼 화장실 가릴 줄 안다. 강아지처럼 하루에 두 끼 먹는다. 강아지는 화장실만 가리고 밥만 잘 먹어도 칭찬을 받는다. 나도 훌륭하다. 이 나이에 더 이상 뭘 더 이뤄서 국회의원 출마할 거냐. 아니면 코첼라 나갈 거냐.
슬프면 막 울어. 감정까지 외면하지 말 것.
나 따위 무명의 일반인은 힘들 때 굳이 안 참고 우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으니 그냥 울어.
다 울었으면 빵도 사 먹고 샤워 매일 하고 재밌는 거 찾아서 또 살자. 오늘도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