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홀시어머니
윤소정, 최지우 주연의 현실공포 영화입니다. 어릴 땐 순진한 며느리 쥐 잡듯이 잡는 얘기로만 보였습니다. 지금 보니 남편 놈도 중간 역할 하나도 못하고 눈치 없이 등신짓만 하더라고요.
세상에 어떤 며느리도 시모 마음에 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딸과 동등한 대우받는 며느리도 없답니다. 그러니 시엄마를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주신 어른이라고만 생각하고 서로 기대 없이 데면데면하는 사이가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저는 결혼해 본 적도, 아들 낳아본 적도 없는 미천한 사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일찍이 결혼 생활에 실패하여 30여 년을 홀로 아들을 키워낸 진숙이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동우. 아버지 없이 자랐어도 그늘 없이 서글서글한 성격에 효심도 깊고 직업도 번듯한데 외모도 준수합니다.
동우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캥거루족 불효자는 아닌 거 같습니다. 오히려 마당이 있는 2층 저택에서 아들 동우와 단 둘이 오순도순 사는 것은 진숙의 기쁨입니다.
50대 초반, 자식의 나이에 비해 젊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재혼이나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동우와의 데이트가 더 행복합니다. 자식 사랑이 과해서 연인 관계로 보이는 것이 문제일 뿐...
그날은 오랜만에 동우와 데이트를 약속한 날이었습니다. 들떠 있는 진숙에게 동우는 오늘 소개해 줄 사람(수진)이 있다고 합니다. 결혼할 사람을 소개해준다며, 허락해주지 않으면 콱 죽어버린다고 애교 섞인 협박을 했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고작 여자 때문에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해..?
진숙은 아들의 언행에 깊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서운함의 대상을 아들이 아니라 "그 여우 같은 년"에게 돌립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죽고 못 산다고 하니까 그런 티는 내지 않았습니다.
결혼도 반대하지 않았으므로 동우와 수진의 혼인은 순탄하게 성사됩니다.
효자 동우는 결혼한 후에도 분가하지 않습니다. 원래 살던 집이 워낙에 커서 그런 건지 마마보이 빙시라서 그런 건지 몰라도 어쨌든 본가의 자기 방 한 칸을 신혼 보금자리로 결정했습니다.
이건 수진도 동의했으니까 그랬겠죠.
진숙은 신혼여행을 하자마자 시월드에 입성한 수진을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아들 앞에서는 속내를 철저히 숨기면서 겉으로는 수진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면 좋겠지만 이제부터 며느리 갈구기 시작합니다.
진숙은 동우 앞에서는 철저히 좋은 시어머니로 본색을 감춥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아들을 뺏어간 여우 같은 년이 미워 죽겠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숨겨도 사람에게는 인생의 빅데이터로 습득한 제6의 감각이 있습니다.
수진은 진숙의 쎄함을 감지합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동우는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 아니다.
나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네가 싫어하니까 어머니와 과도한 애정표현 안 한다. 그럼 됐지?"
예민충 취급합니다.
수진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랑 자랐는데, 오빠도 외국에서 살고 있어서 하소연할 가족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중재할 생각이 없고 이중적인 시어머니는 너무 무섭고 해서 갈등만 깊어집니다.
그런데 진숙도 진숙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습니다. 수진이는 "내 남자"를 빼앗았어요.
그녀는 며느리를 경쟁자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번듯이 성장시키는 것에 집착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성한 자식에게 이루지 못한 본인 꿈이나 자아를 투사하거나, 아예 자녀를 소유물로 여겨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진숙은 동우를 단순히 남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널 낳았다는 이유로 널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는 식의 말을 하거든요.
진숙의 괴롭힘과 이상행동은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머리채를 잡고 물고문까지 합니다.
이건 단순 시집살이를 넘어 선 것 같습니다. 수진은 섬뜩함에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립니다.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지고 나서야 동우는 진숙의 괴롭힘이 수진의 호들갑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미워할 거면서 왜 결혼을 허락했냐고 따지니까 진숙이 대답합니다.
내가 언제 네가 원하는 장난감 안 사 준 적 있니?
동우는 어머니의 실체를 깨닫고 집 나간 처를 붙잡으러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진숙이 칼을 들고 와서 동우 앞에서 자해하며 못 가게 붙잡습니다. 깜짝 놀라서 말리다가 동우는 어머니의 칼에 찔려 허무하게 죽습니다. 허우대 멀쩡한 30대 남자가...
어쨌든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진숙은 119나 경찰을 불러 수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태연히 시체를 잘 정돈해 방에 가져다 놓습니다. 완전 정신이 나가서 동우가 살아 있기라도 한 듯 행세합니다.
아예 동우가 자살을 시도했으니 좀 와달라며 집 나간 며느리를 오라고 부릅니다. 이놈의 집구석 두 번 다시 발도 들이기 싫다는 사람을 꾀어서 불러들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수진을 린치해 결박해 놓은 후 지하실에 가둡니다.
그리고는 또 분이 풀릴 때까지 매질합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또 있지도 않은 동우랑 데이트하러 가겠다며 휙 나가 버렸습니다.
다행히 진숙이 외출한 사이에 연락이 닿지 않는 수진을 걱정한 친구가 집에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짐을 싸서 뛰쳐나온 수진을 자신의 집에 보호해주고 있었는데, 얘가 또 말도 없이 사라져 걱정이 돼 신혼살림이 있는 이 집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친구는 수진의 열쇠로 이 집의 문을 따고 들어와 집안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수진은 혼절해 있다가 방금 깨어났습니다.
지금 집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임을 판단한 수진은 결박된 몸으로 용을 써서 내가!!!! 지하실 안에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다행히 친구는 수진의 신호를 알아들었습니다.
친구는 피를 흘리며 묶여있는 수진을 발견하고 놀라 결박부터 풀어줍니다. 만신창이가 된 수진을 부축해서 이제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멋지고 좋은 친구입니다.
하지만 운 없게도 하필 지금 귀가한 진숙과 마주칩니다.
넌 누구니..?
???
이렇게 탈출 실패하나 싶었지만 친구는 수진을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달려드는 진숙을 둔기로 때려서 퇴치합니다.
드디어 수진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습니다.
홀로 남겨진 진숙은 동우의 옆에서 자살합니다.
용서할 수 없는 시모와 모자관계임에도 수진은 이들의 명복을 빌어줍니다.
진숙: 윤소정
수진: 최지우
동우: 박용우
친구(혜경): 문수진
개봉 : 1997.11.01.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러닝타임 : 100분
34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신인연기상)
21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촬영상-금상, 신인여우상, 특별상 (준회원)
출처는 제 블로그에 게시한 제 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