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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된 재앙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by 애기포도

근미래에 내가 혈혈단신 병든 거지가 되어 길에 나앉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내 인생이 참담하고 비통해서 돌아버릴 것 같음.



우울증 얘기는 별로 하기 싫지만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 자신의 가장 불행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마치 확정된 것처럼 단정 지어 버린다.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될 수도 있긴 하지만.. 나는 타고난 좆밥이라 아무도 나에게 갖는 기대치가 없다.

인생 망하더라도 아무도 실망하지 않는다. 또 누구한테도 피해 주지 않는다. 딱히 나를 응원하는 사람도 없다. 망해도 된다.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갈 것이다. 나는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편인데 내 주제에 왜 이런 생각에 꽂혔는지 모르겠다.




내가 비교하는 대상인 남은 그 실체가 없다.

있더라도 걔는 나를 신경 안 쓴다.

단지 올해도 이룬 것 없이 한 살 더 먹어야 해서 몹시 억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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