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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ki Jul 08. 2023

세컨드 잡의 인생


나는 스타벅스에서 일한다.

심지어 스타벅스 슈퍼바이저이다.

이 정도 직급이면 영국에서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먹고는 산다.

주 5일이면 굳이 내가 다른 일 안 하고

사람만 안 만나면 돈 아끼고 살다 보면

살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한인식당을 겸업하는 세컨드 잡의 인생을 택했고 생각보다 힘이 들긴 한다.

어제는 쉬는 날이지만 한인 식당에서 6시간 45분을 일했고

오늘은 12시간을 일하는 날이다.

누가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

나는 답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여긴 런던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에 내 직업으론 한계가 있다.

그래서 쉬는 날이지만 다른 곳으로 출근하여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또 아침 7시쯤에 깨서 이게 맞나 하면서

멍 때리고 유튜브 보다가 9시쯤 해서

씻고 출근하는 지하철을 탔다.

나는 OVAL이라는 곳에 사는데 런던 2존에 속한다.

그래서 집값이 저렴한 편이지만 1존에서 그리 멀지 않아 좋다. 흡사 고양시? 뭐 서울과 경기도 딱 그 사이 같은 동네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지하철을 탄다.

노던 라인 제일 영국스러움을 보여주는 듯 하다.

Oval은 노던 라인이고 내가 세컨드 잡을 하러 가는 곳은 피카델리 서커스와 베커루 라인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노던 라인을 타고 엘리펀트&캐슬 쪽에 내려 환승한다.

환승한 거 까진 좋은데...

피카델리 서커스까지 가는데 왜 지하철이 시끄러운지...

진짜 뭐 같은 게 안에 가 시끄러운 건 이해를 하겠는데 그냥 지하철이 멈추고 할 때 그 끼이이이익 하면서 칠판 긁는 소기가 너무 난다. 런던에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걸?

내 옆에 앉은 여성도 그 소리가 날 때 귀를 막았다.

소용이 없는걸 그 사람도 알고 있겠지...

피카딜리 서커스인 줄 알았는데 찍고 보니 이런거네...

피카델리 서커스에 도착했는데 출근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나는 현대인이니까 커피가 필요하다. 고로 카페를 가서 아아를 마시기로 했다.

내가 영국인이면 플랫 화이트나 카푸치노나 라테 같은 걸 마시겠지만 나는 한국인이니까~

세컨드 잡 하는 가게 근처에 올드 스파이크라는 카페가 있다

근처에 다른 카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서 먹는 게 운치 있고 맛있다.

가게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니 직원이 잠시만 하고 아이스 메이커를 보더니 나보고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스 메이커가 문제가 있었다고 너는 운이 좋다고 하면서 ice Americano?라고 재차 물어준 뒤 만들어주고 계산을 해준다.

3.5파운드... 비싸면 비싸고 저렴하면 저렴한데.

그래도 안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 있어서 그런지 종이 빨대가 흐물 흐물 해졌다.

소분해서 판매하는데 뭔가 컵센이 확실한듯 하다.
사람구경할때가 제일 재밌다.

흐물흐물해진 찰나에 아는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런던이라서 보이스 톡이지만 말이다. 이럴 때 보면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 이번 주 스케줄 이야기하니 체력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열중 알코올 농도와 혈중 카페인 농도만 맞추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여동생이랑 전화하면 시간이 빨리 가서 출근 전 전화는 조심스럽다.

그리고 출근. 플라스틱 컵을 어디에 버리냐고 직원한테 물으니 여기다 두면 된다고 하면서 안녕이라고 귀엽게 제스처 해준다.

직장 근처 언제나 차가 많다.

10시 30분. 세컨드 잡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후버를 찾으러 갔다. 영국에서 청소기를 후버라 하면 다 안다.

청소기를 밀고 밀대로 바닥을 닦은 뒤,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영업 시작 전 30분은 밥을 먹는데 언제나 삼겹살과 국이다. 오늘은 미역국.

맛있게 먹고 일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오늘 뭔 날인가... 손님이 줄지를 않는다? 보통은 3~4시쯤 해서 손님이 안 오는 텀이 있는데 그 텀조차도 없었다.

후... 하면서 오후조가 오고 난 뒤 나는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서 손님을 받을 준비를 했다.

오늘은 25명의 단체 손님이 온다고 해서 계속 신경을 그쪽으로 쓰고 있었다...

그래서 6시부터 지하에 손님을 받다가, 7시 45분쯤 우리 8시에 다음 예약 있어서 결제부터 받아도 되냐고 묻고 결제를 받았다.

8시에 25명이 왔는데... 정신은 없었지만 이래저래 다 쳐냈다. 다 정리하고 나니 11시 20분.. 넘지...

후... 내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괜찮겠지?

누가 뭐래도 내 방이 짱이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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