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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짓인지.

by loki


글 올린 지 4시간 만에 자다 깼는데

사실 세컨드 잡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바로 잤다. 잠이 살짝 안 와서

유튜브를 켰는데. 목숨 걸고 봤다.

왜냐고 다음날 새벽 4시? 4시 30분에 일어나야

6시까지 스타벅스로 출근할 수 있어서이다.

나도 솔직히 이게 잘하는 짓인가 의문이긴 해...

어제 고된 노동 강도로 인해 다리가 부서질 듯 아프긴 한데...

그냥 해야지 뭐. 뭐 별 수 있나.

어제 집 가는 데도 빡세지만

출근도 빡세네.

아 오늘은 스벅에서 일하고 조금 쉬었다가

세컨드 잡을 한다.

6~2시 30분, 4시 30분~11시

이렇게 말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집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다니는

36번이 24시간 버스에 스타벅스 근처까지 간다.

런던에 있으면서 좋은 점은 24시간 버스가 다닌 다는 것이고 10~20분 동안 걷는 것은 근처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5시가 되니 36번 버스가 도착했다.

아... 피곤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버스를 탔고.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제법 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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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잠을 청해야 하지만 글부터 쓰고 있으니

썩 글 쓰는 게 재밌나 싶다.

그렇게 지나가다 Vauxhall station 정거장에 평소에는 탈 일 없는 젊은 애들이 탔는데.

뭐지?... 하면서 10초 생각하다.

아!... 클럽 끝나고 이제 집 가는 거구나 싶었다.

시끄러울 거 같아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비교나 티 노래를 틀었다.

영국도 그렇고 외국은 셰어하우스 생활이 일반적인데.

방음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거 신경을 안 쓰고

연인과의 밤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텔은 없고 호텔은 비싸니 말이다.

또한 방음 신경 썼다간 연인과의 육체적 사랑은

꿈도 못 꾸고 말이다.

그 젊은 친구들은 Victoria station에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가? 싶었다.

그래도 Victoria는 딱 반 정도 남은 거리라서

그 남은 거리는

조용하게 갈 수 있다는 신호라서이다.

패딩턴 스테이션을 지나가는데

왜 아... 곧 도착이구나가 생각났다.

시계 아저씨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 데 하는

멍한 생각을 가지면서 말이다.

내가 밤을 새운 것도 아닌데.

버스에 내렸는데 날 샌 거 같은 느낌이다.

오전 5시 35분...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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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밝다...

그리고 출근을 했다.

이것저것 하면서 준비하는 데

오늘은 또 메뉴보드가 안 켜지냐...

그래서 난리를 치는 동안

오전 출근자들 출근...

그리고 뉴비들이라 피곤한 상태로

이거 이거 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6시 30분이 되고 오픈했다.

뉴비를 데리고 뭔가를 하려니 신경이 다 쓰이더군

7시에 한국인 스텝이 오지만 시원찮다...

좀 믿음직하면 좋으려만

슈퍼바이저는 믿음직한 바리스타 한 명만 있어도

할 만에 질 텐데.

내가 아직 다른 사람을 못 믿어서 일지도.

내가 정신을 못 차려서 9샷의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담았다.

담고 나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저리 가라였다.

쓴맛에 그저 얼음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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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확 들었다가 일하다 보니 피곤해지는 건 똑같아졌다.

그러고는 8시 30분까지 발주를 넣어야 해서.

7시 50분쯤 내려갔다.

그렇게 내가 발주를 넣고 있는데...

응?? 일반 우유가 65개??

뭐 주문이 잘못된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같이 일하는 형이 요새 바빠서 좀 넉넉하게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65개라니...

나는 거기에 걸맞게 10개만 주문했다.

그리고 음식들도 다 줄이고 하느라 정신없었다.

내일은 그래도 확 줄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10시 30분 같이 일하는 애들을 하나하나

30분 휴식을 보내고

12시 45분에 내 휴식을 시작했다.

오늘은 오트밀과 아몬드 크루아상이 내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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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밀은 유명하지만 막상 먹을 일이 잘 없는데.

막상 먹어보면 우리나라의 타락죽과 비슷하다.

여기에는 꿀을 넣는 게 맛있다 정도가 내가 알려줄 수 있는 범주다.(다른 건 시도 안 해봤기에)

그렇게 밥을 먹고 15분 정도 자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5분 정도 자니 무함마드라는 친구가 내려와서

'로키 딜리버리 왔어'

아까 그 우유 65개가 왔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나 10분 뒤에 올라갈게'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이

'우유 넣을 곳이 없어'

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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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없이 올라가서 배달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이래저래 하다 보니 벌써 2시였다.

그리고 우유를 다 넣고 보니 2시 25분.

2시 30분에 마치는 나는 내가 해야 하고 오후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했다.

오후 근무자가 어제 발주 넣은 사람이라.

왜 이리 많이 주문 한걸 둘째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주스를 빼고 그 자리에 우유를 넣었다.

물론 이게 당연한 수순은 아니지만.

일단 그나마 저장식품인지라

나중에 자리 나겠지 하면서 뺐다.

그리곤 사무실로 내려와서.

잠깐 일요일 주문 넣을 거 보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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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30분... 출근을 하기 위해 다시 움직일 시간.

남은 커피를 마시고

커피의 탄 맛이 내 목을 간지럽혀 썩 좋지 않지만 잠을 깨우기엔 좋은듯하다.

그리고 어제 일한 곳으로 다시 출근한다.

스타벅스랑 세컨드 잡이 있는 곳은 지하철 타고 나서 조금만 걸으면 금방 도착한다.

다만 그 가는 길이 귀찮을 뿐

조금 TMI 이긴 한데 영국에서는 지하철을 서브웨이라고 하지 않고 언더그라운드라 하며, 튜브라고도 한다.

튜브를 타고 가면서 마케팅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나를 어떻게 마케팅할까 생각하면서 간다.

옥스퍼드 서커스 역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나는 이 길 자체를 좋아한다. 왜냐고?

리버티 백화점을 지나쳐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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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영국스러움을 보여주면서 내가 크루엘라 마냥 예술을 아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좋다.

그리곤 다른 직장에 도착

가는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투어하고 그러면서 맥주를 마시는 팀을 봤다. 저게 얼마 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하기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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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는 이리저리 분위기를 살피다가

흐름에 끼어들어가기로 했다.

오자마자 나보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스텝.

나한테 잔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은근 잘 챙겨준다.

그리고 5시쯤 되어서 지하 청소 및 준비를 했다.

토요일 치고는 손님이 적었고.

생각보다 그리 바쁘진 않았다.

다만 10시 이후에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서

어느새 11시...

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래저래 정리하고 하는데

밑에서 메뉴판 바꾸라는 사장님의 한마디.

마음속으로는

하... 망했다...

였지만 겉으로는 네~ 어쩌겠는가

나는 주급쟁이인걸.

그렇게 지하에서 메뉴판을 갈고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튜브를 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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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이 서는 정거장에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이미 12시 15분... 집 도착하고 하면 3시간 자고

출근이다.

나 자신 이번 한주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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