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돈이 일하기 시작했을 때

by 로로 Loro

처음으로 배당금을 받았을 때, 그 금액을 세 번쯤 다시 확인했습니다.

8,500원.
점심값도 안 됐지만,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내가 일하지 않은 시간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기뻤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질문들이 생겨났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예전엔 일이 전부였습니다. 돈을 벌어야만 먹고살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는 항상 ‘해야만 하는 일’로 가득했습니다. 내 시간은 늘 남의 목적에 맞춰 쓰였고, 나는 그 목적을 잊은 채 바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작은 돈이 주는 감각은 분명 달랐습니다. 월급일이 아닌 날에도 들어오는 수익, 누군가 나 대신 일한 결과로 받은 돈. 그 작은 돈은 여유를 주진 않았지만, 여유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 그건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삶이 당장 바뀌진 않습니다. 월세는 매달 꼬박꼬박 나가고, 카드값은 여전히 예상보다 많고, 무언가를 벌기 위한 하루는 계속됩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 달에 한 번, '돈이 대신 일한 결과'가 들어오는 그 순간,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시간을 조금은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안 살아도 되는 길이 있겠구나’ 하는 감각 하나가 생기면 사람은 자신을 다루는 태도부터 달라집니다. 그 감각이 켜켜이 쌓이면, 더는 "얼마나 벌까"만을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하루를 설계할지를 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순간, 돈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게 해주는 설계의 도구가 됩니다.


그러면서 아주 서서히, 삶의 중심이 ‘버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나는 아직도 일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일할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돈이 일하기 시작할수록, 사람은 조금 더 자신에게 시간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을요.


그 시간은 처음엔 아주 작고, 소심하지만 그 시간을 지키려는 마음이 생긴 순간부터, 삶은 더 이상 이전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그러니, 돈을 일하게 하세요. 돈이 일할수록, 사람은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틈을 조금씩 되찾게 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