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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라 Aug 02. 2023

나다움

가장 밑바닥의 어둠까지도 나였음을.

최근 다나카라는 유투버를 즐겨보는데 그의 노래와 컨셉을 보며 2000년대 초반에 일본 노래를 꽤나 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무척 좋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가 흔히 말했던 니뽄삘 그 자체라서였다. 게다가 그의 플레이리스트도 어마어마 하다. 


각트부터 라르크앙시엘, 그리고 엑스 재팬! (알만 한 사람들을 다 알겠지) 예전부터 남들이 잘 모르는 걸 좋아했다고 생각했지만 취향이 꽤나 주류였던 것이다. 그 당시 이들의 인기는 세계적이었으니 완전 흐름에 편중된 인간이다. 


최근 자주 듣는 노래는 리조와 아리아나 그란데, 셀레나 고메즈 등 미국의 여자보컬들의 곡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 들려오는 이들의 여러 가지 소식도 열광하며 접하곤 한다. 37살의 나이에도 착실하게 세계적인 대중문화에 편중되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은 배척하는 음침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사춘기 이후 알아갈수록 생각보다 양지의 문화를 즐기는 밝은 인간을 발견한다. 자아상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해서 스스로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요즘이다. 




최근엔 원하는 목표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려 애썼는데 그렇게 무의식을 심으려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불안장애가 심해지는 현상을 겪었다. 오랫동안 무의식에 심겨져있던 부정적인 자아상이 존재감을 뿜어내며 살아나더니 한참을 괴롭혔다. 그래서 평소와 같은 용량의 약을 먹어도 우울했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아지기도 했다. 


처음엔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인간인가보다 했지만, 다시 냉큼 일어섰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거면서 그렇게 낙담하고 받아들이며 제자리에 앉아있고 싶진 않았다. 


일어서면서 인정해야했다. 이런 나약함마저도 나다운 것임을. 또한 나만 겪는 일은 아님을.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여러 풍파를 맞으면서도 일어나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즐겁든 즐겁지않든 그들만의 의미를 찾아가며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겸손하게 해주었다. 선망하는 어떤 존재들도 어려움 한번, 좌절 한번 겪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사람들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선망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삶을 쟁취하기 위해 이제는 일어나야 했다. 



30대가 넘어서야 삶은 가꾸는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나올 때 주어진 것도 아닌 개척하고 가꾸어야할 의무를 가진 것이 삶이라는 것을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항상 무언가가 되고싶었음에도 환경과 상황, 못난 자신을 탓하며 회피해온 순간들이 아쉽고 부끄럽지만 그마저도 나임을 다시 한번 받아들인다. 



나다움이란 이런 약하고 추한 모습마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일지도. 그렇게 알아가는 것일지도. 


결혼한 부부는 서로를 평생에 걸쳐 알아가야 한다는데 그것은 삶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의 성장을 목도하고 그것을 껴안아주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한다. 


최근엔 나도 남편도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다. 40줄에 들어서 드러내는 나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부끄러워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제야 태어난다. 사회적 자아의 탄생이랄까. 


곧 엄청난 금융위기가 몰려온다 하고 세계는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이런 시국에도 우리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글을 배웠고, 책을 읽고 생각을 가꾸어 나가며 말과 글로 표현하고 성장해나갈줄도 안다. 교육대국 대한민국의 필수교육과정이란 참 위대하지않은가. 


그저 차분히 행동해 나갈 것을, 결과물을 만들어나갈 것을 결심해본다. 부족하겠지만 그런 부족함마저도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한번도 최선을 다해서 후회한적은 없었다. 결과가 어떠하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 할 수 있음에도 포기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낙심하게 된다. 더 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으련다. 우선은 최선을 다해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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