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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라 Aug 03. 2023

꾸준히 하는 자가 승리한다!

비록 우울이 무기력함을 불러올 지라도

오랜만의 내원이었다. 오전 약을 먹으면 너무 졸려서 혹시 취침약과 바뀐게 아닐까 했는데, 약이 안 맞았나보다. 나이가 있으시고 소리 같은 것에 강박이 있어보이는 의사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꽤 냉철한 눈빛으로 들으시지만 의외로 인간적인 위로를 해주시곤 한다. 나이가 있으셔서 인가?


집 근처엔 오래된 정신건강과가 몇 개 있다. 이사오기 전 처음 갔던 정신과는 갓 개원한 곳으로 젊은 의사 선생님께서 원장님으로 계셨는데 내 증상을 들으시곤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며 이러이러한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이렇게 되었으니 약물치료를 할거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일상 이야기 속에서도 증상을 바로바로 진단해주시기도 했었다.


이사를 오면서 병원을 자연스럽게 옮기게 되었고 벌써 3년째 다니고 있는데 이곳 선생님은 내 병명을 한번도 직접 언급하신 적이 없다. 내가 받았던 진단대로 병명을 설명하면 끄덕이긴 하시지만. 처음엔 자꾸 일상 이야기를 해야하는게 싫어서 병원을 안 가려고 했지만, 약이 필요해서 다시 다녔다. 이제는 증상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내가 겪은 많은 일들을 이야기하게 된다.



일을 그만두고 운동도 제대로 못 하면서 살이 많이 쪘다. 지금 돌이켜보면 금연 탓도 큰 것 같다. 예전에도 담배에 의존이 심했던 나는 앉은 자리에서 10개피를 피고 하루에 두세갑을 펴대기도 했는데 최근 힘들어지면서 하루 딱 한 번만 피웠던 것이..(습관이라는게 무서워서 한 번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두세대를 피워야 직성이 풀린다. 대신 하루 딱 한 번이고 헬스장에서 씻거나 화장실에서 양치를 두세번씩 하고 집에 들어가 아이를 맞았다) 화근이었다. 최근엔 담배를 참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술과 야식의 유혹에 더 잘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종합 10kg이 쪘고 이 사실을 알고서도 여전히 자제는 못 하고 있다.


굶는 다이어트는 절대 하지 말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니면서도 안되겠다 싶어 하루종일 쉐이크만 먹는 다이어트를 했지만 음주엔딩을 맞았다. 아.. 이 사랑스러운 남편같으니. 우리 둘은 왜 이렇게 먹타이밍이 잘 맞는 것인가. 욕을 할 수는 없으니 사랑표현을 하겠다.


다이어트를 한번 시작한 이상, 필라테스 강사로써 영상도 오픈한 이상! 5kg은 빼야겠다. 일단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한번 시작하면 또 꾸준히 관성대로 가게될텐데 와 이 습관이 무너지니 다시 만드는 것이 너무 힘들다. 우선 헬스장을 꾸준히 가는 것부터다.


운동을 잘 못하고 있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이 핀잔을 주신다. 왜 이렇게 꾸준히를 못 하냐고. 꾸준히 하는 자가 승리할 거라고.


저기요 선생님? 제가 이런이런 일을 겪었고 지금 이 증세로 약을 먹고 있거든요??라는 반박이 짧은 순간 마음을 스쳐지나갔다.


이상하게도 한편으론 그말에 동조했다. 맞다. 아프건 뭐하건 꾸준히 하는 사람 못 이기니까.


다시 꾸준히 하자. 이건 정말 병 핑계 댈 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가끔 이렇게 우리 엄마나 할 법한 잔소리를 정신과 선생님에게 듣자니 좀 어이없고 화도 나지만, 증세에 대한 우려와 걱정보단 이 편이 삶의 의지를 돋우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선생님이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정신과 선생님을 해오셨는지도.


10분이던 20분이던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게 어디 쉬운가. 정신병 걸리기 제일 쉬운게 정신과 의사라던데. 그걸 직업정신으로 초월한 분의 인간적인 조언을 듣자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피티쌤을 바꿨다. 처음 상담하고 체험 피티했던 선생님은 갑자기 회원이 늘었는지 나이가 어려서인지 영 회원관리를 못 했다. 연락도 늦고 공지사항도 빼먹고. 뒤늦게 혼자 카운터에 가서 예약관련 앱을 깔았더니 나를 결석처리 해놓았다. 앱으로 예약한다는 사실도 공지해주지 않았다. 바뀐 쌤은 싹싹한 여자분인데 우선 목표를 잘 설정했고 나도 마음이 섰으니 좋은 타이밍에 만나게 된 좋은 사람이길 바래본다.


조금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다시 꾸준히의 길로 나선다. 승리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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