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의 눈물을 이해한다
어제 남편이 계란말이를 하다 망했다. 우유를 너무 많이 넣어서인지 팬이 오래되어서인지. 화가 났는지 뒤집개로 계란말이를 내려치는 바람에 뜨끈한 계란 조각들이 얼굴과 몸에 튀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혼자 핸드폰을 보다가 녹색창에 이혼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안 그런 주부 있는가???
정말 다니고 싶었던 곳에 트레이너로 취직할 기회가 생겨서 주말동안 기대하며 기대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 기대와 안맞아 불합격했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시어머니는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으시곤 깔깔깔 통쾌하게 웃으셨다. 어머니는 나의 불행을 행복해하시는 경향이 있으시다. 아 이 집안의 해괴한 유머코드여.
검색하다 저장해놓은 이혼서류 꾸미는 법 포스트를 한번 더 훑어봤다. 2019년 oecd의 발표에 따르면 oecd 가입국가 중 이혼율은 대한민국이 1위라고 한다. 이혼율이 이렇게 높으면 이혼하고 싶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회사원 누구나 마음 속에 사직서를 품고살듯 부부 마음 한켠에 이혼이라는 레드카드가 품어져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서로의 문제를 상의하고 함께할 미래를 계획한다.
나도 내가 고구가 먹은 듯 답답한데 주변 사람들은 오죽할까. 도대체 왜 그렇 사냐고하면 할말이 없다. 밉고 짜증나다가도 그들이 그렇게 한없이 불쌍해지는 걸.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을 다시 본다. 우리 아들은 밈과 짤의 귀재다. 아들 덕분에 함께 앉아 보게되는 시트콤은 정말 웃기기도 웃기다. 하지만 더부살이도 해보고 이런저런 서러움도 겪어본 난 신세경과 신애라가 애틋하다. 작중 상황은 웃기고 황당하지만 그들은 그 상황에서 얼마나 심각할지.
시트콤의 엔딩엔 생각보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울고있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마무리 된다. 심지어는 나도 웃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패러디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호박고구마는 또 어떤가? 호구마라고 말 한마디 잘 못해서 똑똑한 의사 며느리에게 박해받고 서러워서 승질 좀 냈더니 남의편이란 작자는 큰소리를 내며 핀잔을 준다.
밥 차리고 청소하며 식모살이로 시작한 결혼 생활탓인지 며느리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뒷방에서 우는 그녀의 눈물에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패러디도 한다. 근데 패러디도 웃기다. 웃음보증수표인 셈이다.
내가 겪었던 설움들을 되돌이켜본다. 그리고 거침없이 로우킥 정도 되는 상황들을. 지금도 웃으며 얘기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들도 많지만 몇 번이고 웃으며 회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도 여러개다.
인생이란게 그런게 아닌가 싶다. 생의 순간순간을 바라보는 나의 시점은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별 의도는 없지만 상처받는 말과 상황이 우습게 만들어지고 감정이 상했다가도 아주 작은 것에 기분이 풀어지기도 하는 것. 그것이 가족일터다. 그래서 우리 나라엔 그렇게도 가족 시트콤이 많은지도.
서로 원수인 것도 꽁하고 삐져있는 것도 남들에겐 우습게 비춰보일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일들. 그래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삶이 복잡해질 땐, 한 발자국 물러나 감정과 상황을 들여다본다.
모두의 성장배경과 삶을 이해할 순 없다.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내가 설정한 캐릭터들도 아니니까. 늘 예외의 상황과 갈등이 빚어지는 삶. 살아보니 정극보단 시트콤이나 스탠딩 코미디가 더 체질인지라 이왕이면 유쾌하게 읽으며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