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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라 Aug 01. 2023

꾸역꾸역의 힘

할 건 해야 한다. 

   

힘들다고 주저앉는게 당연하다면 이 세상에 일어나 걸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인지 옛 어르신들께선 흔히 말하곤했다. “이까이꺼 가지고 뭘!” 


어렸을 땐 꼰대의 레파토리 정도로만 생각했건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의 풍파는 고되고 커져버린 책임만큼 피해가 심각하다. 삶의 면면들을 당연하다고 여기면 여길수록 세상살이는 쉬운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 그런 한가한 고민을 하다간 코도 베이고 발목도 베이고 몸에 걸치고 있는건 다 도둑맞고 말 것이다. 그렇게 무서운 세상이다. 예전이라고 덜 했을까? 문명 발달 정도와는 하등 상관없이 인류가 존재한 이래 세상은 늘 그래왔다. 해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과연 지혜로운 솔로몬의 말씀답다. 


고되게 석탄으로 먹을 만들어 질 좋은 잉크를 만들고 나무를 갈아 섬유로 거친 양피지를 만들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이 주어진 현대에서도 풍파는 있다. 


인간의 존재의 이유인지도 모른다. 풍파를 맞기 위한 존재. 결국 인간도 자연에서 존재하는 생물이다. 동물들과 같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강한 것은 무엇인가? 아 잠깐. 생각하는 와중에 코가 베일 것 같은 섬뜩함이 엄습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인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인가. 그런 건 전혀 모르겠지만 시간들여 고민하고 정성스러운 답을 내놓아야할 만큼 가치있는 질문도 되지 못 한다. 그냥 살면 된다!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가 신경쓸 틈이 어디있는가. 신경쓰는 와중에 내 식구가 굶어주고 내가 배곯아 죽어간다면 말이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욕구는 어마무시해서 자신을 죽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 사회적인 생명, 명예와 권력.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은 다양한 것으로 생계를 해결한다. 부자건 가난하건 결국 그들도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에서 시작한다. 안정적으로 위협받지 않는 생활을 위해! 


그렇다. 이 끔찍한 인간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무언가 해야 한다. 그것도 매일, 절실한 마음으로! 그것이 생계, 즉 생명, 살아있기 위해 인간이 해야할 무엇일 것이다. 


우울증이 심해진건지 사람을 대하는 홀서빙일에 사장님과 주방이모의 견제가 견디기 힘들어 결국 카톡으로 간단하게 일을 그만뒀다. 스스로의 예의없음에 한탄하는 한편 그럴만했다고 달래기도 했다가 이 생각을 접고 사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 4~5개월 동안 먼지 쌓인 서랍들을 정리하고 걸레를 삶고 날이 더워지는 초여름에 접어든 5월 말, 드디어 트리를 정리했다. 어중간한 날씨지만 긴팔옷을 정리하고 반팔을 꺼내놓았다. 꺼내놓기만 했다. 아직 개켜서 예쁘게 정리하진 못 했다. 냉장고에 쌓였던 음식물쓰레기들도 내다버렸다. 나는 참 바빴다. 무엇보다 반년 가까이 깨작깨작 했던 화장실을 락스와 트리오로 깨끗하게 소독했다. 알 수 없는 해방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1월에 계약한 강의건을 드디어 편집하기 시작했다. (이건 5월엔 클래스미에 7월엔 클래스 유에 오픈되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해내고 말 것이다. 솔직히 원하는 퀄리티도 아니고 폭식증으로 몸도 거대해져서 편집할 때마다 내 뱃살을 보는 것이 괴롭지만 그래도 흐린 눈을 하고 꾸역꾸역 하고 있다. 나는 동작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몸을 보이는 피트니스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피트니스 선수도 언젠간 하고 싶다. 우선 몸을 회복하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에와선 드러누워버렸다. 결국 운동을 못 갔다. 남편이 또 조퇴를 했다. 이 놈의 인간이 우리를 먹여살릴 생각은 있는건지. 내가 일을 그만뒀다는 사실은 까마귀 고기 먹고 까먹어버린 것인지. 궁시렁거릴 시간에 체력이라도 회복하라고 밥을 차린다. 


낙관이 나를 먹여살릴 것이다. 지금 이렇게 아픈 만큼 좋은 시기가 분명히 올테니까. 미래를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은 멈추고 해야할 일들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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