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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라 Aug 07. 2023

또 도래할 가장 뜨거운 여름

5월, 갑자기 여름이 닥쳐왔다. 흐린 하늘 사이를 뚫고 내리쬐는 태양볕이 꽤나 따갑다. 집에 가만히 있다보면 서늘한 것이 오싹함까지 밀려오는데 잠깐 밖에 나가면 땀이 뻘뻘 나는 당황스러운 날씨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이상이라고 하는데, 아들의 걱정이 깊다. 자긴 겨우 9살인데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하냐고 묻는다. 미안한데 아들아, 나도 답을 모른단다. 


수많은 환경보호 캠페인을 겪어왔다. 아나바다부터 시작해 물을 아껴 쓰기 위해 빨래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고 설거지 할 때도 몰아서 해야한단다. 목욕도 자주 안하는 것이 좋다고? 예전 헬스장에선 샤워를 하려면 몇 번이고 절약형 수도버튼을 눌러야 했다. 다 쓰고 나서도 물이 계속 나와서 오히려 낭비된다고 생각하곤 했다. 


산업혁명이 지나 제조생산업이 많이 개선되고 나니 사람들이 먹는 수산, 축산업이 또 문제란다. 그냥 사람이 다 문제란다. 하지만 석유는 원래 자연에서 나왔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있던 것에서 편리한 것을 찾았다. 


이제는 AI를 만들어 사람의 생각회로를 따라하고 대체한다고 한다. 편리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그야말로 어마무시하다. 편리는 곧 풍요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예전부터 풍요는 축복이었고 인간이 쫓는 진리였다. 2000년 밀레니엄 시절을 살아왔던 나는 그 철학적인 YⅡK시대에 사람은 정신적인 풍요를 쫓게될 것이라고 짐작했고 도닦듯이 내면을 갈고 닦았지만 웬걸, 2020년인 지금 풍요는 여전히 구찌와 고가의 호텔, 신박한 여행지에 있다. 20년 동안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인간은 똑같다. 아마 100년전과도 같지 않을까. 


변화무쌍한 세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한결같은 인간의 어리석은 면모를 보고있자니 한숨이 다 나온다. 이상주의자가 곧 바보라는 뜻은 아닌데, 바보같은 짓을 어언 15년간 해온 자신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이토록 세상은 한결같은데, 어쩌자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자는 교만한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그렇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고 싶었다. 세상이 모르던 고독, 세상이 모르던 우울, 세상이 모르던 완벽한 선 같은 것에 대해 쓰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이만큼 고독하고, 우울하고 내가 추구하고 만났던 선은 이런 것이다! 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럴수록 세상은 더 독하고 더 우울하고 더 깊은 것들을 내보여주어서 창작이라는 것을 시작한 이래 15년간의 좌충우돌은 그저 우습기만 하다. 


이제는 좀 그럴싸한 것들을 만들고 싶다. 약아진 것일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풍요에 동참해보고 싶다. 감정의 풍요, 삶의 풍요, 관계의 풍요. 사람들은 외곬수같이 귀막고 사는 멍청이보다 흐르는 시냇물 같은 맑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도 사람이다. 


종래엔 이렇게 될거였을텐데, 왜 이리도 늦게 깨달은 것인지. 흔하디 흔한 것들에 대한 갈망. 평범이라는 높은 가치. 누구나 그러했듯 갈고닦아 세속적이 될 인간이라는 어른.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에어컨을 틀자고 조르는 아들에게 이 모순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래. 젊음이 짧고 뒤집어지게 지나갔듯 너에게도 이 모순에 대해 스스로 정의내려야할 순간이 곧 오리라. 


올해 여름이 가장 뜨겁다고 하는데, 과연 예전의 날씨들을 뒤집어 엎을지, 어떤 여름이 오던간에 이만치 뜨거운 여름은 또 올 것이다. 더한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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