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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da boa Feb 02. 2016

얘가 이렇게 예뻤나




나도 따라 웃고 있었다.




가까이 선  내 발 앞꿈치까지 뻗어온 드레스 자락과

방을 수놓은 순백의 백합 잎자락보다

 

더 예쁜 웃음자락이었다.


.

친구의 미소는 참 예뻤다.




..이상하다...

얘가 이렇게 예뻤나...



해가 가기 전
스물 다섯 친구는 1년 조금 넘게 사 남자친구와의 결혼 소식을 담은 청첩장을 보내왔다.


놀랐던 건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한 친구의 소식이 아니라
마치 그 커플의 결혼은 시간 문제인 사안이라 언제든 들려올 소식이었던 마냥.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던
나의 모습이었다.  
잠시 두 눈이 커지긴 했지만.



그래 그만큼 보고있으면
자연스러웠고

아름답고
덩달아 같이 기분 좋아지는 커플이었다.

특별하고 유별날 것 없이 편안한 커플.



결혼식 전날 밤, 나는 내일 있을 식에
무얼 입고갈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하면 그 친구를 축하하는 내 마음이 더 잘 보일까를 고민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더 잘 보이는 것은

원피스가 아니라 내 마음이어야 하니까.



책상머리에서 두어 시간을 내리 고민했다.

은 카드 한 장만 써서 줄 참이었는데

이것이. 이 편지라는 것이
막상 귀한 일을 앞둔 사람에게 줄 것이 되고보니.
그 무게가
어느 초등학생의 그림일기 같았다.

방학 내내 미루고 미루다
개학 하루 전날 최후의 순간까지 장렬히 남겨둔,
어느 초등학생의 세상에서 가장 무거울

한달 치 그림일기.


그래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무척이나 고민 됐다.



어떻게,. 뭐라고 써야...
내 카드를 받고서
이 여자가 적어도 내일 하루만큼은 행복할까.






역시 ...  축의금인가... 



하지만 내 결혼식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나 혹시라도 단촐하게 결혼하면 본전 못 찾을
위험요소가 있잖아.. ?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에 내릴 몫만 남겨두고
오늘 모든 축복이 미래의 두 손에 담기기를.


고은 시인처럼 멋들어진 시를 한 편 써줄 수는 없으니.  내가 주는 축복 하나론 성에 안차 세상의 모든 축복을 얹어 주고싶었다.  
이 세상 가장 어두운 곳을 위한 몫만 빼고.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큰 인사였다.

그 정도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 되겠니,친구야.


 

참 결혼하기 힘든 요즘이라 하고

그 결혼 결심하기도 힘들며

함께할 짝 찾기도 쉽지 않은데



다행히

친구의 미소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나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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