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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da boa Apr 04. 2016

잘 사는 사람

편하게 사는 여자와 불편하게 사는 여자

글쎄 그이가 집앞에 내려와보래서 내려갔더니 아우디를 세워놓은거야. 그런데 내 골프채가 안 들어가서 그건 주차장에 세워두고 에쿠스 타고다녀


어제 집에 놀러온 아는 아줌마의 일상 얘기였다. 목에 걸린 목걸이는 누가 봐도 값 나가게 생긴 알 굵은 다이아. 왼쪽 손목엔 다른 금속이 하나도 섞이지 않았을 것 같은 24K 순금 팔찌, 그 네번째 손가락에는 목걸이와 한 세트로 보이는 번쩍이는 다이아 반지.


어떤 소설에 등장하는 진부한 인물 묘사같기도 하지만, 정말 그 아줌마의 차림은 그랬다.
결코 그 아줌마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이나 비난 등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 아줌마는 그저 돈 잘 버는 사업가 남편을 둔, 사회 문제나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집에서 편하게 사는 한 여자일 뿐이었다.



"얼마 전엔 남편이 여행 보내줘서 태국 갔다왔잖아.  그리고 선화는 빨리 결혼하고싶대서 그냥 우리가 전세 구해주고 얼른 치워버렸어. 남자애가 돈이 어딨니, 이제 직장 구했는데.  우리가 전세 구해줬지. 4억 7천 정도  ...  그 때 사둔 17억짜리 집은 시기 타서 값이 조금 내렸지 뭐.    ...    어제는 제주도가서 골프 치고 올라오는 길이야. 매일 노는것도 힘들어 이제 몸이 쑤셔."


"얘, 넌 팔자 편한 소리 하지마 얘. 원래 노는 사람이 제일 피곤하다더니  넌 진짜 어디서 그런 팔자를 타고났니.  남편 사업은 잘 돼가고?"


"뭐 사업이야 문제 없는데  사업하고 집에 오면 그 성질 받아주기가 여간 고까운게 아니야. 승질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그거 받아주려면 ...."


"남자는 돈 많이 벌어다주면 장땡이지. 돈 잘 버는 남편이 최고야. 뭘 더 바라니. 난 떠받들고 살겠다."


자식이 둘씩 있는 두 아줌마의 대화.


나는 곁에 조용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척 하며 얘기를 듣고있었다.


어릴적 나는 이런 대화를 직접 듣거나,  드라마에서 접하면 보석 두른 아줌마는 분명 탐욕스럽고 별볼일 없는 어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콘텐츠에서 그런 인물이 그런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 보편적이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많이 변했나보다.  그 아줌마의 편한 인생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일 하지 않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골프를 즐기고 여행을 다니고 근심걱정없이 친구들과 헬스클럽에서 몸매 걱정하며 사는 인생이  순간 너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벌지 않은 돈으로 놀기만 하는 인생인데 왜 그걸 부러워할까.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던 나였다.
왜 보다 열심히, 빛나게 사는 인생을 추구하지 않을까 의아해하던 나였다.


그런데 어제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아줌마가 꽤 많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야 옳은 것인지, 자본이 최고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반응인 것인지 한참 고민했다.


삶에서 돈보다 중요한 가치들이 더 많고,  세속적이지 않은 느낌을 주는 그 가치들을 나는 항상 내 삶의 중심에 두어왔는데

성장하면서 언제쯤부터인가 '돈'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흠칫흠칫 놀라고있다.  이것이 어른들이 말하던 현실인가.  

하지만 현실을 부정적으로 말할 수 만은 없는 것이,  물질과 자본은 반드시 필요한 가치임을 잘 아니까.   그 어느때보다도  물질이 여러 가치들을 대신할 수 있는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순간을 살고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힘든,  나의 몸이 편안한 삶보다는,  

조금 불편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작은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감동스러운 사람으로 살고싶다.

그 인생을 바라보았을 때 귀감이 되고

작은 것 하나라도 가슴 따뜻해지는 부분이 있는 삶을 사는.


빛나는 미모를 자랑했던 많은 여배우들 중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배우는 오드리햅번이다.

그녀는 인생의 말년에
자신이 살던 편한 세계의 반대편으로 떠나
가진것을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쓰지 않고  

손길이 필요한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다.

그 작은 몸에 병이 들때까지.


그런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싶다.


혼자사는 할머니를 위해 12월의 겨울에

연탄배달을 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큰 나눔을 주고싶다.


그 인생은 확실히 불편할 것이지만

그 인생을 위해서 나는 젊은 지금에

많은 '나눌것'을 모을 것이다.

지식이든,  물질이든.


세상에 나누기 위한 모음이라면 그 과정이 조금 더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다이아반지는 내 손가락이 아닌
아직 어두운 세상의 손가락에 끼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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