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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Sep 18. 2015

자식

사위와 딸



“자식을 나눠 가졌다 생각하시면 덜 서운하실 겁니다.” 상견례가 있던 날 안사돈께서 그리 말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딸은 커가면서 가끔 결혼하게 되면 엄마와 가까운 곳에서 살 것이라고 말을 하곤 했다. “엄마야 좋지만 사람 사는 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니란다.”하며 녀석이 기특했고 또 언젠가는  젓가락을 멀찍이 잡고 밥을 먹길래 “젓가락 멀리 잡으면 시집을 먼 곳으로 간다 하던데?” 웃었더니 “아, 정말? 그럼 가까이 잡고 먹을 테!” 하고 젓가락을 바짝 잡던 것을...그런데 녀석은 정말 가까운 거리로 시집을 가더란 말이다. 
 
‘사위’란 말이 아직 낯설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녀석들이 가까이 있어도 서로 바빠 글쎄, 몇 번이나 만났을 까나...집에  올 때 고장 난 곳이 없나 살펴봤던 건지 사위는 지난 일요일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왔다.

아이들이 크면서 하나 둘 내곁을 떠난 후로는 고장 난 것이 있어도 굳이 고칠 생각이 없다. 화장실 환풍기는 고장 난지 오래지만 창문을 열어 놓으면 됐고 쫄 쫄~ 약하게 나오는 수돗물도, 배수구도 뭐 조금 불편이야 하지만 참을 만 했으니까... 그것을 사위는 마음에 담았었나 보다.
휴일의 절반을 소모하고 나서야 일은 끝났는데 수도꼭지를 모조리 다 바꿔 놨다. 환풍기를 바꿔달고 씽크대 틈새는 실리콘으로 덧발라 놓았으며 코드가 가까이 없어 길게 늘어 트린 냉장고 연결 선을, 방문 모서리에 구멍을 뚫더니 코드를 벽에 바짝 붙여 놓았다. 틈이 벌어져 덜컥거리던 현관문까지, 고칠 것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뚝딱뚝딱 맥가이버 손을 가진 사위도 놀랍다.
 '전공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걸 고칠수 있냐'고 신기해하는 내게  남자들은 조금만 배우면 웬만한거는 하게 된단다.ㅋ  “고장 난 것이 있으면 생각해 놓으세요.”한다. “일거리 만들지 마. 걍~ 모른 척해 그래야 편해~!” 했더니 웃.  반짝반짝 빛나는 수도꼭지를 보니 실감 난다. 자식 하나가 더 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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