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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Sep 19. 2015

잠 안 오는 밤에


'톡, 톡!' 천장에서 간헐적인 소리가 났다. 쥐인가? 쥐가 들어온 것 같다. 

우르르르~ 달린다 쥐들이... 엄마는 쥐 따위야 열 마리가 뛴다 해도 걱정 없으신 듯 곤히 잠드셨다. 녀석들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천장을 두들기면 도망갈 터인데 '일어나야지' 마음뿐 게으른 몸은 뒤척이고 만다. 개와 고양이가 있는데 용케도 들어오다니~


이 집은 못 하나 박기 쉽지 않게 탄탄하게 지어졌다. 40여 년 전에 부모님과 우리 형제들이 벽돌을 한 장 한 장씩 쌓아 올린 것으로 천장 안은 큰방부터 끝방까지 일직선이라 쥐가 달리기는 안성맞춤이겠다. 

녀석들은 달리기를 멈추고 종이를 찢기로 했나 보다. "찌익 찍~!" 소리는 꽤 규칙적이다. 다른 녀석도 장단을 맞추듯 찢어댄다. 참 이상도 한 것은 소리가 멈추었을 때는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기다려지기까지 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몇 년 전 여름에 빈방에 밸브를 잠그려고 보일러실을 갔다가 틈새에서 생쥐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다. 그 콩만 한 녀석의 눈은 까맣고 반짝반짝 빛났는데 꽤 귀여웠단 거다. "요 녀석 너, 나 안 무서워? 아~쭈 요게 개겨?!" 나는 녀석에게 말을 걸며 눈을 부릅떴고 우리는 한동안 대치했는데 급기야 녀석은 보일러 호수 속으로 스며들었다. 설마 그 녀석의 후손은 아니겠지? ㅎ


찌익 찍! 다시 종이 찢는 소리. 일어나 천장을 치니 조용~하다. 개와 고양이의 등쌀에 녀석들이 살아 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바깥보다야 천장이 훨씬 안전한 도피처가 아닐까 싶다. 낮 동안은 밖에서 먹이를 구하고 밤이면 올라와 친구와 저렇듯 경주를 하거나 낳을 새끼를 위해 보드랍게 종이를 찢어 보관해 두거나 하겠지. 이곳도 안전치 는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될 터이다. 문득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만이 소중한 생명은 아닌 것을. 녀석들이 잘 살아가기를... 아놔~ 나 뭐라냐!


잠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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