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솔잎차를 마시며 후배와 모처럼 담소를 나눈다.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미모가 여전한 후배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어서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크기만을 바래요." 하며 미소를 짓는다.
나도 그랬다. 아이들이 어린 날 '너희들을 뻥~튀기 했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흘러가기만 바랐던 날이 떠올라 웃는다.
어느 해던가.. 일을 끝내고 난 후 간단한 술자리에서 세상사 얘기를 나누던 중에 "제수씨 나이가 올해 몇이오?" 지인 한 분이 뜬금없이 물었다. 그때 나는 49세였다. "아이고~여자 나이 50 넘어가면 이곳저곳 볼장 다 된 나이요~!" 그는 세상을 다 안듯한 표정으로 확인사살까지 했다.
그 해 나는 아직 50을 맞이 할 준비가 덜된,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었으니 그 말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이 또한 60이 넘은 사람이라서 글쎄 남 걱정할 일은 아녔는데, 재치 있게 되받아줬으면 좋았으련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그의 어머니와 자신의 아내와 또 60 되도록 그를 거쳐간(?) 여자들에게서 얻어낸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굳이 친절하게 내 인생의 미래를 '볼장 다 본 나이'가 온다고 썰~을 풀 것 까지는 없잖은가 말이다.
푸하하하~!! (나 뒤끝 작렬한 여자임ㅋ) 젠장,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남자가 어찌 여자를 다 안다고 오지랖을 펼치는가 말이다.
후배에게 세상의 여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과거가 아름다웠던 들 다 지나버렸다. 지금 현재가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절이다. 여자라서 누리는 행복을 남자들이 어찌 알까... 우리는 캬득~대며 훗날을 기약한다. '여자는 할머니가 되어도 여자다.' 평소 나으~지론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