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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Sep 18. 2015

여름 손님


15~6년도 더 된 일이다. 연일 폭염이 지속하던 한여름이었다.

남편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자했다. 그 몇 해 우리는 경제적 빈곤이 극한상태였으니 나는 밤낮 투잡을 했고 밤 9시 반이 되어서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손님은 남편의 군대 동기로 부산 사람인데 막역지우였단다. 뜬금없는 연락이었지만 반가움에 들뜬 그이의 얼굴을 보니 안된다 할 수 없었다. 일면식 없는 부부였지만 우리네 삶이 어디 부딪치고 살아야만 정이든가. 선풍기 두 대로는 열대야를 버틸 재간이 없어 밤에 그 부부를 데리고 계곡 물에 발을 담기고야 미안함이 조금은 가셨다.

그들이 간 후에 한번 덮은 이불을 빨아놔야 하는 번거로움도 일주일에 하루 쉬는 그 하루를 버린 일, 찜통더위에 음식을 끓여내던 수고로움도 다 괜찮았다. 기꺼이...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고 난 후 오랜 세월이 흘러도 단 한 통화의 전화도 없었던 것은 내 맘을 아프게 했다. 어쩌면 그들은 다른 지역의 신비감과 친구의 큰 환대를 기대했었는지 모른다.

그 후로는 상대편에서 초대하지 않으면 가능한 남의 집 방문을 자제한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내 성격은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았다. 세상 살아 가는데 착해서만 될 일이 아니더란 말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단단히 세뇌시키고 있는데 그게 잘 될까나? ㅎ   


번거롭고 힘든 것 거절하기, 아픈 것 보지 말기, 새로운 인연 짓지 말기, 무엇보다 남의 집을 방문하고 나서는 꼭 감사인사 전하기 그리고 나를 위한 행복 찾기 연습하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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