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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Oct 07. 2015

손잡아 주지 못했던


양손에 짐을 들고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어디선가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따라 탑니다.


가끔 주인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는 강아지는 보았어도 고양이가 그런 것은 처음이라 많이 신기했는데

어라? 고양이 주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녀석은 나를 따라서 엘리베이터를 탄 거였네요.

"세상에나~ 너 어디서 왔니?" 물었지만 녀석이 대답 할리 만무했고 내가 내리니 녀석도 따라 내리더군요.


급히 현관문을 열고서 짐을 던져놓고 녀석을 안았는데, 글쎄 커다란 녀석이 내 품에 쏘옥 안깁니다.

사랑받고 자란 것 같은데 어쩌다가 집을 잃어버렸을까... 허나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나는 녀석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고 1층으로 내려가서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사람들이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녀석은 재빨리 사라져 버렸죠. 나는 행여 그 녀석이 따라올까 싶었기에

비겁하게도 사람들 틈에 끼어 엘리베이터에 올랐습니다. ㅠㅜ



집에는 7년 전 장대비 내리던 여름날에 한쪽 눈이 먼 아기 고양이를 큰딸이 데리고 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르게 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또 몇 년 전 눈보라 몰아치던 날에, 페르시안 고양이가 나를 쫓아와서

안쓰러운 마음에 데려왔는데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 했었죠. "사람이나 짐승이나 기본양심은 있어야지!" 그 녀석에게 말을 해주며 다른 집에 보내야 했습니다.




일단 반려동물을 집안에 들이면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것이라 생각을 깊이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군요.

녀석의 손을 잡지 못하고 뒤돌아서야 했던, 기대했을 녀석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 가슴에 쏘옥 안길 때

따뜻했던 체온이 눈에 밟히고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사람을 잘 따르니 제발 좋은 사람 눈에 띄었으면... 바라건대 아프지 말고 잘 살아가기를 염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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