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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Nov 29. 2015

세 살 내 엄마


얘야, 오늘 달빛이 참 곱구나.


이러고 너와 마루에 앉아 있으니 휘영청 달빛이 밝던 밤이  생각난다.  그때가 네가 두 돌이 채 안된 때였을거야. 벌써 26년 전 일이 됐네. 어린 너를 안고  외증조할머니랑 외할머니랑 마루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자려고 방에 누웠지.  불을 껐는데 글쎄~ 달은 너무 밝아 창호지문을 뚫고 방을 환히 비추더구나. 


엄마는 그때 회심의 미소를 띠며  외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 손을 꼭 잡으며 말을 했다. "할머니, 지금 모녀 4대가 나란히 누워있어요~!!" 그날 우리는 할머님의  옛날이야기와 앞으로의 미래와 그리고 어린 너에 대한 일까지 참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단다.


지금 외할머니는 많이도 늙으셨고 세월은 빨리도 흘러 갓난쟁이 었던 네가 시집을 갔구나. 엄마는 생각해. '우리가 그때처럼 모녀 4대 나란히 한방에 누울 수 있을까...' 외할머니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 사진과 행복한 동영상을 찍지만 웃고 있어도 마음이 아려온다.   2015. 2. 22. 

      



엄마는 가끔 옷에 실수를 하신다. 사진 찍는 일도 쉽지가 않은, 이제는 정말 세 살 어린 아기가 되셨다. 먼저 물어보시는 일이 없어 자식들은 엄마가 귀찮을 정도로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만 엄마의 머릿속 지우개는 진화를 거듭해서 따라갈 재간이 없다. 도대체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엄마~!!  우리를 까마득히 다 잊어도 괜찮아. 

엄마의 분신인 자식들이 엄마를  기억할 거고 엄마는 영원히 내 엄마니까!  사랑해 엄마 ♡..♡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만들었다.  

        - 응답하라 1988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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