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원 Sep 19. 2015

엄마의 방

사. 랑. 해.


"나는 누가 낳았어?"  "몰라~!!"

금방 내가 낳았다 해놓고선 다시 물으니 엄마는 모르는 사람을 보고 있는 눈이다. "엄마 미워!" "왜 미워?" "나 모르잖아?" "으흐흐~"엄마는 멋쩍게 웃는다. 어느 시간이 지나고 물으면 '내 딸'이라고 답한다. 그때 나는 합죽이가 된 엄마의 볼과 입술에 뽀뽀세례를 하는데 엄마는 간지럽다며 깔깔깔~웃으신다.


오늘이 엄마 생신이다. 낮잠이 드셨다. 가만히 엄마 옆에 누워 손과 주름 가득한 얼굴을 만져본다.

엄마의 젊은 시절에 나는 태어났지만, 엄마는 내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했을 것이다. 내 볼과 입술에 따뜻한 뽀뽀는 얼마나 해주셨을까... 나를 업고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러 다녔을 것이고 내가 아플 때는 밤을 새워 애태우셨을 엄마... 어디 그것뿐이랴. 엄마의 손길 없이 나는 행복했을까.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우리는 슬퍼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은 정신이 반짝 들 때가 있으셨는데, 그때는 60년 세월을 함께하셨던 아버지의 부재와 자식들 걱정과 당신의 처지를 슬퍼하시고 울고 계셨다. 남은 세월이 지금보다 덜 행복하다면 굳이 돌아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이른 새벽에 가족밴드 울림 신호가 왔다. 뭐지? 큰오빠가 올려놓은 사진은 담장 위에 뭔가 띄워놓은 사진 몇 장과 설명서였다.


큰오빠는 엄마를 위해 한동안 고민 중이라 하더니 드디어 만들었나 보다. 이름하여 '실외형 회전 방수 CCTV' 

CCTV는 눈이나 비, 자체 열이나 습기나 바람에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고 우리 형제들이 어디서건 휴대전화로 집 내부는 물론, 엄마가 밖을 나가시는지도 볼 수 있게 한 것인데 더 놀라운 건 실시간 대화까지 가능토록 했다는 점이다. 오롯이 엄마를 위한,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오빠의 발명품이다. 살펴보면 집안 곳곳엔 오빠의 사랑이 가득하다. 화장실엔 엄마가 잡고 다니실 수 있도록 높낮이가 다른 막대 봉이 네 개, 깜깜한 밤이 되기 전에 밝기에 따라 저절로 켜지는 센서 등이 방과 거실, 마당 곳곳에 설치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오빠는 늘 뭔가를 설계 중에 있으므로 집안은 쓰레기통을 방불케 하지만 -,.-a 그것이 '사랑'으로 시작되는 것임을 앎으로 우리는 견디기도(?) 잘 한다.^^v 오빠의 발명품들이 아깝지 않게 오래도록 쓰이기를...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자식에게만 사랑이 필요할까. 나 역시 사랑이 필요한데 여생이 별로 없는 부모님이야 말해 무엇하랴.  


어린 날 내게 해 주셨던 그것, 손발톱을 깎아 드리고 귀도 파 드리고  부모님을 업고 마당도 돌아보자. 볼을 비비고 입술에 뽀뽀인들 마다하실까. 나와 부모님이 함께할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금 당장 1년 365일 중에 단 하루라도 부모님의 생애 가장 기쁜 날을 만들어 보자~ 요?!  ^^v


백 번 들어도 싫지 않는 그 말~  사. 랑. 해. ♥..♥



귀여운 우리엄마 ♡


매거진의 이전글 아, 할아버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