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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Lee Sep 23. 2017

미국 워싱턴디씨에서의 삶

퇴사 후 여행 #02

 


 

미국에서의 4일 차.

퇴사 후 여행은 그럴싸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타지에 나와있을 뿐 생활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 후 여행의 장점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히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은 일반 여행은 여행 초반에는 집에 돌아가고 싶고 여행 후반에는 집에 돌아가기 싫은 탄력성이 있다면 퇴사 후 여행은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것이 아깝고 불안하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또한 마음껏 카드도 쓸 수 없다. 돌아간 후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월급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4일 차는 즐겁고 재밌고 행복하다. 이렇게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었던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계획은 없다

 

미국 워싱턴디씨에서의 4일 차. 지금까지 백악관은 커녕 내셔널 몰 박물관 근처는 가지도 않았다. 천천히 느리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것이다. 4일 동안 가만히 누워있고 근처 산책하고 평소 좋아하던 맛집만 몇 군데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무겁게 챙겨 온 맥북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어차피 워싱턴디씨는 다섯 번째 방문이고 웬만한 관광지는 최소 두 번 이상 다녀왔기에 또 갈 필요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제쳐 두고라도 결론은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따 하나 있었다면 미국 일정 중간에 쿠바 여행을 계획했지만, 현재 쿠바가 태풍 피해를 수습하는 중으로 여행이 어렵게 되었다. 있던 계획마저도 없어지고 나니 무념무상 그냥 누워있는 것이 제일 좋은 듯싶다.

 

최애하는 조지타운 산책. 집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조지타운.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에 로이킴이 복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던데 당연 못봄.

 


느리게 걷기

 

다급할 것 없다. 한국에서는 횡단보도뿐만 아니라 깉에서도 메트로에서도 뛰었다면 이곳에서는 느리게 걷는다. 이번에 신호를 놓치더라도 다음에 건너면 되고(다들 무단 횡단하지만 꿋꿋하게 신호 기다림), 이번 메트로를 놓치더라도 다음에 오는 편을 타면 된다(비록 배차 간격이 길지만). 6개월 전 방문했던 워싱턴디씨에서는 우버와 리프트를 애용했다면 이제는 웬만한 거리는 걷는다. 그리고 거리의 풍경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는다.

 

 

미국행을 위해 캐리어를 쌀 때에는 맥북도 넣고 책도 넣고 아이패드 미니 4용 키보드와 펜도 챙겼다. 많은 글을 읽고, 쓰고, 그림도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빈둥거리는 것이 전부이다.

 

느리게 걷더라도 기록하는 것은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훗날 남는 것은 기록밖에 없을 테니.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 생각나서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볍게 미국에 와서 먹은 것을 그렸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가는 것이 슬프지만 내일도 놀 예정이므로 그만 슬퍼하고 오늘 개봉한 킹스맨을 보러 가야겠다. 움하하하하.

행복함과 부러움이 묻어나는 포스팅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섣부른 퇴사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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