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입하 무렵이면 핀다. 이팝나무 길 양 옆에 가득 쑥버무리 하얀 고물이 포슬포슬 쏟아진다. 여름이 왔구나, 입하[이파]하고 부르면 파도 흰 포말이 입안에서 포르르 부서진다. 파, 하고 내쉬는 숨에는 푸른빛 긴 바람이 흘러나온다. 입하엔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입하.
2. 남매지
남매지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눈먼 어머니와 가난한 남매가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는. 그 이야기를 알고부터는 남매지를 볼 때마다 괜히 애틋하다. 물결 위 윤슬마저 글썽이며 빛난다. 슬픈 이야기는 오래 남아 사람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진다. 잊히지 않는 노래는 전설이 된다. 그 남매가 가난하지만 평범하게 살았다면 그들은 일기장에 남았을텐데. 일기조차 쓸 게 없는 지루한 하루구나 싶다가도 전설이 아니라 일기가 되는 일상이 고맙다.
3. 피보나치 수열
꽃잎에도 규칙이 있다고 막내가 말해줬을 때 그건 반칙이라 생각했다. 하나, 하나에 하나를 더한 둘, 둘에 하나를 더한 셋, 셋에 둘을 더한 다섯, 다섯에 셋을 더한 여덟...... 해바라기 씨앗이 촘촘히 자리 잡고 먼바다 소라 껍데기가 나선형 그리움을 그리는 일에 규칙이 있다니. 그 아름다움이 모두 정해진 규칙이라니 어쩐지 몽땅 속은 기분. 그런데 규칙이라는 게 그 후의 항은 이전 두 항의 합으로 무한을 향해 가는 거라니 참 낭만적인 수열이 아닌가 싶다. 네 말에 하나도 빼지 않고 내 말을 더하는, 내 손 위에 네 손을 포개는, 내 존재를 지키면서 우리가 되는 거라니. 그런 수열이라면 나도 따라 세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