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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GOD Oct 15. 2019

금연과 일기

7일차

07:16

집문을 나서자마자 희미하게 남아있는, 담배의 잔향이 있었다.

옥상에서 문을 열어놓고 핀건 지, 아니면 진성꼴초가 지나간 흔적인 지 모르겠다.

조금은 역하게 느껴졌다.

21분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막상 역 앞에 도착한 것은 16분. 역시나 반사적으로 담배 한 대 피고갈 여유라고 생각했다.  하도 자연스럽게 해왔던 생각의 흐름이라 욕할 힘도 없이 가볍게 무시해줬다.


(어제 캡처해놓은 뿌듯한 알람. 대부분 이 알람이 떴을 즈음엔 당연하게도 담배를 물고 있었다.)


08:44

근무 서는 중인데 뭔가 은근 피곤하고 졸리다.

(뭔가 쓰다 말았는데 대충 약한 흡연욕구 올라왔다는 것)


12:23

밥 먹고 돌아가는 길.

급식(?) 아니 식당에서 나오면 바로 편의점이 있어서 담배 피는 상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대책없이 돈은 빌려가 놓고 안 갚는 형때문에 짜증이 솟구치고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그까짓걸로 위기라고 할까보냐.

나는 되려 돈을 아끼려는데, 담배 필 돈을 당연하다는 듯이 제외하는 내 모습에 뿌듯할 뿐이다.

아껴서 신용카드 대신에 체크카드만 사용하게되면 달마다 50씩 박아서 빨리 갚아버릴란다.

농담이 아니라 군쓰 안 갚을수도 있을 것 같음..


16:00

소소하게 담배 파고 싶은 욕구가 든다.

담배를 피러가는 사람들... 흡연장소...

괜히 내 스트레스를 부각시키며 담배를 피워야 하고, 피워도 상관없다고 속삭이는 것들.

이거봐라.

6일차에 접어들었다 벌써.

근데 별 일없다. 담배 안 핀다고 불이익 온 거 하나도 없다.

친구가 멀어지지도 않았다.

같이 담배 피던 사람들이랑 서먹해진 것도 아니다.

돈도 아꼈다. 냄새도 안난다.

술 먹을 때 폈으면 대가리 깨졌을 게 분명한데 조금만 아팠다.

운동할 때 효과가 절감되지 않는 듯한 심리적 효과를 얻고 있다.

대체 담배를 피워야 하는 이유가 뭐야?

더 속삭여봐 이 도른 자기합리화


02:28

클라이밍 다녀와서 끔직히 미뤄왔던 유튜브영상도 올리고, 롤도 몇판하고 왔다.

실버4! 어휴 다행히 브론즈는 아니다....

소소하게 담배 피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가도, 길빵하면서 지나가는 사람한테는 한없이 고개를 찌푸리게된다.

애써서 안 맡고 있는 담배연기를 억지로 마시는 느낌.

후... 괜히 얼굴 더 찌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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