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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GOD Oct 21. 2019

금연과 일기

13일차

07:58

어제 난 왜 권기사님에게 '사실은 어젯밤에 하나 피긴 했어요.' 라고 사실대로 말했던 걸까?

그런 흐름의 대화도 아니었다.

나는 사실 이미 폈다는 걸 말함으로써 허점을 드러내고, 나를 강력하게 꼬시면 넘어갈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터이다.

개뻔하지. 후후.. 나란 놈은 말이지...

그냥 어제 은근슬쩍 넘어간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15:26

근무 중에 개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가만보니 담배 생각 안났음.


19:28

브런치 중간저장 되다말때 왜캐 짜증나냐...

민재랑 교대할 때 같이 나갔는데, 내가 아니라 민재가 담배 주는 걸 참아서 담배를 안폈다.

흡연충동 콧구멍까지 올라왔었는데 다행쓰.


20:09

영화보러 나가는 길.

흡연욕구가 전성기만큼이나 치고 올라온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물어볼 수 있다.

지금 올라오는 욕구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 아니냐고.

돈 나가는 것도 아깝고,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또 안 필 자신이 있는 건 맞냐고.

우연히 피게 된 담배들이 우연이 아닌, 나의 선택이었다 할 지라도, 내 돈주고 사 피는 순간 그 조금의 변명도 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23:03

말레피센트2 아주 명작을 망작으로 만들어놨다.

대체 영화가 왜 이렇게 뽑힌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담배 말린다....

여기에 적고도 참기 힘들면 어떻게 되는거지.

피워도 상관없지만, 안 피워도 상관없잖아..


23:06

집에 있는 동생에게 담배냄새 풍기며 들어가는게 창피하다. 피게되면 그럴 것 같다.


00:44

뜬금없이 참기 힘든 시간이었지만(흡연욕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담배를 못 피워서 아쉬울 지언정, 잠들기전엔 담배없이 상쾌한 내가 기특하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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