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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GOD Oct 23. 2019

금연과 일기

15일차

19:18

근무 중, 평소와는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약간 뒷통수쪽이 당기는 듯한, 이를테면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듯한 감각이다.

미묘하게 흐린 정신과 상쾌하지 않은 감각.

담배를 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몸상태가 더 예민하게 잡힌다.


얼마 전, 바 사장님께서 생일인데 정말 안 필거냐는 물음에 나는 못 이기는 척 넘어가서 담배를 태웠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든지 재치있게 넘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를테면 "(담배를 안 태울거냐고 묻는 말에)어우~ 저야 좋죠. 기분 좋은 날인데 제 것까지 하나 더 피워주세요."


흡연자에게도 예상치못한 줄담배는 부담이고, 그렇게되면 이런 부담을 나누려고 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피고싶지만 좋지 않은 것'이라 참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자리도 지키고, 여러모로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 손으로 산 담배는 정말이지 너무 아깝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건 '어쩌다 핀 한 대의 담배'인 것이다.

담배계의 나비효과랄까.

이유불문 '담배 호의'를 거절해야 하는 것이다.


08:16

확실히 담배를 피면 속이 이상하다.

목 안쪽은 항상 얇은 가래가 끼어있는 느낌이다.

옅은 울렁거림은 배변활동을 촉진시킨다.

담배쟁이들이 담배의 유일한 장점이라며 말하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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