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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GOD Oct 28. 2019

금연과 일기

20일차

15:43

아 브런치 진짜 왜 자꾸 글 날아갈까. 열받네.


호르몬 중에서 도파민이라는 녀석이 있다.

기본적인 생존욕구와 관련된 행동을 하면 분비되는 놈인데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섹스를 하거나 할 때 분비된다.

보상처럼 주어지는 기분좋은 호르몬이랄까?

이걸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분비시키는게 단한 예로 마약이 있겠다.

가까운 예로는 포르노를 보면서 하는 자위행위가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담배와 도파민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중앙일보에서 캡쳐한 단국대학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의 말을 따르면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된다.'

'니코틴이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고 설명한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인간은 호르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생명체이다.

특히나 도파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산다면 놀라울만큼 달라지는 삶을 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평소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도파민을 취할 수 있다.

단기적보상으로 얻는 것들 말이다.

앞서 설명한 기본적인 욕구들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건강을 해치는데도 불구하고 손을 대는 것들은 절제하거나 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나로서는 도파민과 인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담배와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다.

무기력감, 우울, 귀찮음과 늘어지는 것들.

이러한 것들을 자주 겪고 '나는 왜 이러지.'하고 스스로 비판했던 나날들에 대한 큰 답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단기적인 보상체계에 익숙해지면 장기적인 보상체계가 받을 보상을 필연적으로 줄어들게된다. 간단한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있으니 노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음란물을 보면서 하는 자위행위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1.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용기를 내고

2. 그 이성의 마음을 얻기위해 노력을 해서

3. 건강한 섹스를 하는 것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을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력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다가보면 자기 발전에 있어서 점점 도태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더 장기적인 보상 체계와 멀어진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담배를 피우고도 훌륭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데, 과연 일반인들이 어떤 확률로 그런 위치에 갈 수 있을 까?

모르긴 몰라도 정말 하염없이 낮을 거라는 건 쓰레기를 주워먹던 비둘기도 알 일이다.


단순히 니코틴의 중독으로 인해 쓸데없이 나가는 돈이 아깝고, 마냥 운동의 효과가 줄어드는 것 같고, 냄새나고 청결하지 못한 내 상태가 싫어서 끊고 싶었었다.

혹시라도 걸리게 될 많은 병들도 우려스러웠던 것이고.


하지만 사실은 더 깊게 들어갔을 때, 이렇게 쉽게 호르몬 과다분비를 야기해서 내가 가질 수 있음에도 가질 수 없게만든 장기적 보상 체계의 손실은 정말 충격적이다.

해야할 일들을 하지않고, 귀찮아하는 나의 일면에는 알게모르게 단기적 보상만을 원했던 많은 생활 습관들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금단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담배 생각이 나는 것 자체가 금단현상이다.'라는 말에 내심 머리가 띵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이유는 뭘까?

흡연은 사실 나에게 어떤 해가 없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나약한 마음이 아니었을 까 생각해본다.


17:37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귀찮아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장기적 보상 체계에 속하는 것들이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놀라본다.


07:01

야간근무 서는 내내 당연하게도 안 피웠다.

아무래도 흡연욕구가 올라오더라도, 그걸 누르는 힘이 훨씬 강했다.

어차피 도파민에 관한 이야기 하나 더 알 뿐인건데 뭐가 이렇게 많이 달라진걸까 싶다가도, 당연히 달라질만 하다고 생각한다.

고작 담배 한 대가 가져갈 내 어떤 의지?

이걸 앗아간다는 걸 과학적으로 알게 되니 말이다.

내가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증명된거에 확 끌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런거지 뭐.

아무튼 쉽게 도파민을 얻는 버튼을 눌러서 내 삶을 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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