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

나의 시, 나의 그림

by 록시
위대한 꿈



희망봉



내 안에 큰 바다가 출렁인다

비좁은 방에서 살 부딪치며 살아도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이 열릴 것을 안다

구멍 난 지붕 위로 비가 스치면

검은곰팡이가 즐거운 듯 솜털 이불을 만들고

우리는 물 한 바가지를 나눠 마시며

콩깍지가 열린 다음을 속삭인다

가진 거라곤 갈아입을 옷 한 벌

연두에서 흙빛으로 바뀌는 동안

안내자 없이 길을 나서는 초보 항해사

파도에 휩쓸리고 찢기며 별자리 읽는 법을 깨닫고

우뚝 솟은 봉우리를 만난다

내 안에 넓은 땅이 숨 쉬고 있다

파릇한 어린잎이

여름 한낮 소나기를 맞으며

짙푸른 잎사귀로 땅을 덮는 것처럼

진흙탕을 구르다 썩어 없어진대도

비둘기에 먹혀 사라진대도

내게서 또 다른 나로

숨이 멈추지 않을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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