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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부작 인생 Nov 11. 2022

어르신들을 위한 UI/UX를 생각해봐야 할 때

 카카오가 이 글을 봐주길 바라며...

프롤로그


양평에 유명한 맛집에서 웨이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 앞에 어르신 두 분이 계셨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께서 물어볼 게 있다고 하셨다. 당신 나이가 올해 90세인데 동네 복지관에서 카톡 쓰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하셨다.


와 요즘 복지관에서는 별걸 다 가르쳐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은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막 보여주시면서 카톡 배우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씀하셨다. 굉장히 신나보이셨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었는데 '페이스톡을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백세시대 신문 출처


페... 페이스톡이요? 페이스톡을 왜요? 화상 통화하는 거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페이스톡, 보이스톡을 하고 캡처를 해서 선생님께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배웠는데 잊어먹어서 방법을 좀 알려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캡처를 한다는 건 사실 고난이도인데 어르신이 과연 캡처를 하실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점


첫 번째 허들은 바로 기능 더보기 버튼이었다.



어르신께서 페이스톡과 보이스톡 기능을 찾기 위해선 저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근데 자꾸 옆에 채팅 입력 부분이 터치되어선 키패드가 올라와버리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어르신께서는 약간의 수전증도 있으셔서 저 플러스 아이콘을 터치하는 것이 꽤 힘들어 보였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겨우 저 버튼을 누를 수 있으셨다.


모바일에서는 사용자가 손가락을 이용하여 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콘의 크기에 제한이 있다. 아이콘은 너무 크게 제작되어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동작을 일으키게 하거나, 너무 작게 제작되어 사용자가 누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Apple과 Google은 각각 아이콘의 최소 크기를 제안하고 있는데 Apple은 44dp로 추천하고, Google은 48dp로 추천하고 있다.




44px은 위에 같은 이미지 정도의 크기다. 카카오가 잘 지키고 있나? 애매하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두 번째 허들은 페이스톡과 보이스톡 기능을 도무지 못 찾겠다는 것이었다. 나조차도 영상통화는 진짜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한다. 그것도 미국에 사는 동생 덕분에 사용해보는 것이다. 아마 동생이 아니었다면 평생 저 기능은 써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 페이스톡과 보이스톡은 어디에 있는 거야. 당황해서 그런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옆에서 어르신이 계속 말을 걸어오셨다. 자... 잠시만요 어르신. 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거든요.


페이스톡, 보이스톡 기능은 한 뎁스 더 들어가서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하하. 겨우 찾았네.

왜 선생님은 이렇게 어려운 숙제를 내주신걸까 하는 원망도 들기 시작했다.


2015년도의 카카오톡


2015년도에는 저렇게 위치하고 있었다. 3x3 위치로 해서 모든 기능이 노출되어 있었다.



TO-BE. 뎁스 없이 다 노출시킨 기능



아쉬운 마음을 담아 개선 화면을 제작해보았다. 그냥 예전처럼 모든 기능이 노출되면 어떨까. 레이블에 대한 고민도 해봤다. 페이스톡, 보이스톡보다는 얼굴 통화, 목소리 통화는 어떨까 싶다가 북한어 같아서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북한어 같은 느낌은 촌스러울 것 같다. 그래도 뭔가 영어를 모르는 분들께 접근하기 쉬운 워딩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카카오가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순 없을 것이다. 주 사용 타킷이 있을 것이고 내부의 충분한 논의와 회의를 거쳐서 UIUX를 설계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고 중장년층, 노년층 비율이 더욱 높아질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회적 공감


오전 스프린트 회의 때 이 에피소드를 공유해 보았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 정도의 UX는 초기 학습으로 인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새로운 기능이나 새로운 UX는 초기 학습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경계해야할 것이 있다.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해버리고 자신의 기준에서 결론 내버리는 것이다. '시니어니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다', '시니어라도 그 정도는 금방 익숙해지실 것이다.' 라는 생각이 나를 속상하게 했다. 어르신들의 시각에서, 디지털 약자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예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발견하게 되었는데 농협 콕 뱅크가 참 디자인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중장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은행이다 보니 UI를 크고 명확하게 디자인했다. 이번에 또 업데이트를 했는데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매년 i-award에서 수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농협은 기업, 하나은행에 비해 폰트가 크고 명확하다


실비아의 온보딩. 시니어 타깃이라 그런가 시원시원하다



에필로그


 동네 성당에 어르신 대학에 컴퓨터 기초반이 있었는데 2달 만에 폐강을 해버린 케이스가 있었다. 이유인 즉 어르신들이 마우스 클릭을 하지 못하시는 연유였다. 마우스는 '따닥' 하면서 클릭을 해야 하는데 '따-아-닥'으로 클릭이 돼버려서 클릭 자체가 아예 되질 않았던 것이다. 어르신들은 소근육 활용 자체가 어려우셨던 것이다.


 2G 폰보다는 터치폰을 더 선호하게 되신 것도 사용성 측면이 클 것이다. 스마트폰이 UI크기도 더 크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이제는 스마트폰을 더 선호하게 되신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나도 IT업계에 몸담은 지 5년 차지만 여전히 디지털 기계들은 어렵다.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나도 모르게 작아진다. 동생이랑 공차에 가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동생이 옆에서 자꾸 가르쳐주려고 해서 좀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 처음이라 좀 느려서 그렇지 나도 할 줄 알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었다. 어르신들도 키오스크 사용법에 익숙지 않아 햄버거를 주문하지 못했다던가 좌절해서 감정적이 되셨다던 사건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시는 '디지털 약자,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적극적인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이래서 서울 살아야 하나 싶기도. 업계에서도 점차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적극적인 인식 개선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원하지 않아도 인지력, 기억력, 신체활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문제없이 잘 쓰고 있다고, 우리는 디지털 세대라 익숙해 있어서 괜찮다고 자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장애인 것처럼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노령 잠재적 리스크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 고령화되어가는 현시대에 고령층 친화적인 디지털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적 공감대가 잘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싫어 키오스크



참고자료

쓰면서 정리하는 UX 디자인

https://www.mobiinside.co.kr/2021/05/27/senior-ux-design/

시니어 UX 가이드라인

http://www.initiondata.kr/SeniorUX/Senior%20UX_Spread.pdf 

점점 커져가는 디지털 정보 격차, 모두가 편할 수 있을까요?

https://www.jobaba.net/thema/25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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