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웃집 루시 Dec 15. 2021

일반인인데 화보를 찍어 보았습니다.

솔직히 화보까진 아니구요 프로필 사진인데 거의 화보급으로 나왔어요.

왜 찍었냐고 물으신다면 포트폴리오나 이력서에 넣을만한 멋드러진 사진이 갖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퍼스널 브랜드, 자기어필 시대이니까요. 제가 무슨 강연을 하거나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기사에 실릴만한 사람은 아닌데 괜히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나름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고 이직을 위해 욕심을 내보았어요. 한살이라도 어릴때의 모습을 남기고도 싶었구요. 나르시스트 인증과 나에 대한 투자 그 어디쯤이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평일날 찍으면 액자가 서비스래서 고3 아들 수능날에 찍기로 했어요. 아들은 열심히 수능 준비, 나는 프로필 사진 준비. 정말 불량 엄마입니다.

 헤어 메이크업은 스튜디오와 제휴를 맺으신 원장님이 오셔서 준비해주셨어요. 비용 따로 발생합니다. 메이크업 받을  신부 화장 받는것 같이  과하다 싶었는데 막상 사진 결과물을 받으니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그리고 원장님께 동안 얼굴을 위한 고급 정보를 얻었어요. 신사동에 쁘띠 성형 잘하는 곳을 추천받았습니다. 이게 이날의 제일  성과라고 할수 있어요.  저의 퍼스널 컬러는 쿨톤이라고 알려두시더라구요. 40 평생 웜톤으로 살았는데 이제와서 내가 쿨톤이라니. 이만한 반전이  어디겠어요.


 원장님께 고급 정보를 듣고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작가님은 저에게 어떤 포즈로 찍을것인지 직접 몸소 보여주셨어요. 하지만 어색어색 열매와 작동오류 시너지로 저는 심하게 삐그덕댔죠. 포즈만 정면이고 눈이 45도 위를 쳐다보고 있어 마치 아직도 메이크업 받는 사람마냥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입력오류난 로봇마냥 찍어도 워낙 카메라와 조명빨이 있다보니 그나마 결과물은 괜찮았습니다.



턱을 좀 깎고 팔자주름을 없앴더니 10년이 젊어보여요



 미리 나는 화보 모델이다, 나는 전지현이다 라고 세뇌시키며 이미지 트레이닝한게 조금 도움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행여 애들이 볼까 몰래몰래 포즈 연습한것도 도움이 되었구요. 누가 봤으면 밤새 이불킥했겠지만 미리 포즈를 취해보는건 실전대비 좋은 연습인것 같아요.



나는 모델이다 나는 전지현이다

 

 하지만 자꾸 작가님이 눈이 야하다, 허리를 펴라 주문을 해서 포즈도 신경쓰고 눈에도 힘을 줘야하는 둥 매우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결과물을 보니 왜 눈이 야하다고 하는줄 알겠더라구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심하게 해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떳더라구요. 눈에 힘을 빡주고 찍는걸 권해드립니다.

 

작가님은 계속 대화를 통해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시더라구요. 자연스러운 사진을 유도하셨는데 사진찍으면서 계속 말을 하다보니 좋은 사진은 건지질 못했던것 같아요. 그냥 입을 다물고 찍을 걸 그랬나봐요. 그리고 결과물을 보니 안그래도 컴플렉스였던 저의 단점이 더욱 부각되더라구요.

 그래서 다음주에 원장님이 알려주신 성형외과에 바로 예약을 해버렸습니다. 비염 때문에 생긴 호랑이주름으로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더라구요. 성형을 미용목적으로만 추천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본인의 단점을 개선시킬 목적으로 하는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워렌버핏은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월급의 10% 정도는 본인에게 온전히 투자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운동이 되었든, 맛집을 가든, 화장품을 사든 아깝다고 생각말고 본인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세요. 같은 돈을 써도 목적의식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게 다가올것입니다. 저는 이 프로필 사진들이 저의 커리어에 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비록 사진 하나 때문에 좋은 기업이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분명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거라고 믿습니다. 이직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 나에 대한 기록도 분명 더 좋은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해요.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기록해둠으로 이번 프로필 사진 프로젝트는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꼭 찍어보시길 바라요.


다음 사진 감상도 하시면서 아, 난 저렇게 찍지 말아야겠다 라는 레퍼런스를 얻고 가시길 바랍니다.




+한줄요약 : 돈이 최고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비하, 멈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