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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Oct 30. 2021

자기 비하, 멈춰!

열등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나에게

 최근 친구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큰기업 자회사에 이직했다. 친구는 능력 있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다.

그 친구는 나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프로그래머가 된 지 20년 차가 조금 못 되는 친구는 아직도 책을 읽고 강좌를 들으면서 꾸준히 공부를 한다(IT인간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어디 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건 실력과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나에게 항상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도 저렇게 해야지. 어디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야지 싶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세상이 쉽게 나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아니, 나 자신부터가 나 자신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내 디자인은 너무 구리고 독학하고 있는 프론트엔드 개발 언어는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이렇게 쉬운 로직 하나 구상하는 게 뭐 이리 어렵냐, 분명 어제 공부한 배열인데 왜 처음 보는 것 같지, 나는 똥멍청이인가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꾸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라는 이딴 명언을 가슴에 품으면서 계속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 오늘도 열심히 걸은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나는 왜 이거밖에 안될까. 남들은 어마무시한 포트폴리오를 내밀면서 더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았다. 


도스토예프스키 죽어버려


 요즘 핫한  publy를 구독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틈틈이 네이버 영어회화를 듣고, 새벽에 일어나 스쿼드 200개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말엔 공복 유산소 등산, 다이어리에 to do list 쓰기, 프론트엔드 유료 강좌 스터디를 하고, 시간 단위로 한 일에 대해서 기록했다. 매일매일 자기 전에 일기도 쓰고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지원을 했다.

 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는 얘길 꺼냈더니 친구는 짜증을 냈다. '아, 무슨 사이드 프로젝트야~ 네 일이나 똑바로 해.’ 친구에게 팩트로 후두려 맞고 어질어질했다. 원래 팩트를 잘 때리는 친구이긴 하지만 응원은 못할 망정 기를 죽이는 친구가 미웠다.


 몇 번 같이 협업했던 적이 있어서 내 실력을 그대로 알고 있다는 게 싫었다. 나도 잘할 수 있어. 나도 잘하는 사람이야. 회사가 원하는 디자인과 내 디자인이 안 맞았던 것 뿐이야, 라고 변명하며 인정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디자인 아웃풋이 나의 실력과 능력을 그대로 까발려버리는 것이다.

 팩트로 공격을 당하고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다 보니 역시나 번아웃이 왔다. 잠도 못 자고 식욕도 없었다(나에게 식욕은 중요한 건강 척도다!). 역시 난 안돼. 도대체 얼마나 해야만 나아지는 거야.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나아지는 게 없어. 하면서 자기 비하의 늪에 빠지고 있었다. 눈물까지 보였으면 할 말 다 한 거지. 왜 자꾸 타인과 나를 비교를 하게 되는 걸까.  내가 이렇게까지 남에게 보이는 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깨닫는 과정은 꽤 거북하고 불편했다.


 너보다 더 예뻐질 거야. 으르르ㄹ


 신경정신과 양재진 선생님은 열등감을 가지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열등감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라고 하셨다. 열등감을 못 느끼는 건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 자체가 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열등감은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되기 위한 동기가 되어야 한다. 타인과의 비교가 부정적인 감정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 성취의 동기가 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버리면 나만 손해다. 하지만 이미 잠식당한 어두움에서 빠져나오는 건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생각보다 어려웠다. 끊임없이 유튜브를 찾아보고 구글링을 찾아보며 열등의식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열등감과 더불어 생각해봐야 하는 게 있었다. 먼저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게 있다면 그만큼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낸 반증이니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저 사람은 나보다 더 열심히 배웠겠지. 치열하게 노력했겠지 라는 마인드로 인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내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다. 그래, 내 디자인 구려. 나 머리 나빠. 내 안에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보며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족함을 인정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내딛을 수 있을테니까. 그 다음 단계는 당연히 더 나아지기 위한 행동이겠다. 디자인이 구리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행동 해야한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작업해보면서 실력을 키워가야 한다. 코딩 실력이 안늘면 체화시키면 된다. 이해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면 손으로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지. 미친 듯이 꾸준히 하면서 패턴을 익히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것이 있더라는 것이다. 드림코딩 엘리선생님 말씀이다.

 

 너무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지 말고 잘하고 있어, 오늘은 여기까지 왔으니 내일은 한 발자국만 더 가볼까. 하는 여유를 좀 가져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전 직장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전무님도 조급하면 잃는 게 많아진다고 하셨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욕심보다는 어제보다 쬐끔 더 나은 오늘을 살아내는 나를 칭찬해볼까 한다. 내면의 힘을 믿고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믿어보려고 한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더 배우려고 발버둥 치는 나를 토닥이며 열등감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려고 한다.


한줄요약 : 열등감은 평생 가지고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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