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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Dec 31. 2015

이해하지 않을 용기

꼭 이해해야만 하는 건 아니였다

잠시간은 말을 아끼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감정은 주체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나를 뒤흔들었고
그럴 때마다 온갖 생각만이 머릿 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뒤척이기를 여러번.
몇 일간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일 분 일 초 쉴 틈 없이 나의 감정 공장은

 '어떠한' 감정들을 생산해냈고,
이는 육체적인 피로감에 얹어져

침대 위로 쓰러진 채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나, 하나, 정리하고 싶었지만
이런 '의도'를 품을 때마다 오히려 더 복잡스러워져
그냥 표현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두려웠다.
내 감정을 풀어내다보면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질까봐.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 시작했던 상대에 대한

화살을
늘 내게로 다시 쏘았다.
'내가 부족하고 어려서 그래, 만약 이렇게 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역시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별 일 다 있네-' 란 말로 정리하기엔

기대했던, 노력하려 했던, 마음이 받은 상처가

꽤 큰 것 같았다.
처음에는 소리치고 싶었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거냐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이렇게나 버거운 것일까 싶었다.
나도 모르게 '이해해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빠져있었다.
왜냐하면 또다시 내게로 화살을 돌리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멈추었다.
그래, 때론 그냥 멈추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모두를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나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이해할 필요는

더욱이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렇게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음을 배웠다.


나는 꿈꾼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끊임없이 돌볼 수 있는 따뜻함과 강인함을 지닌, 책임지고자 하는' 어른이 되는 것을. 책임지고 싶지 않다면, 혹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겪어보아야 아는 것이 사람이었다.
스물 넷의 끝자락 큰 가르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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