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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Apr 21. 2017

첫 부케를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존재가 되었다.






<1>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밀도 있게 시간을 함께 보냈던 친구.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 봐주는 그 친구의 존재 자체가 내겐 큰 힘이었다.

친구가 지닌 순수한 시선과 그녀로부터 은은히 전해져 오는 '선함'을 느꼈고,

때때론 내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했다.

알게 모르게  불안정했던 고등학생 시절, 막 태어나 떨고 있는 새끼 강아지 같은 마음을 그나마

편히 둘 수 있었던 곳은 바로 그 친구의 곁이었다.

그랬던 나의 친구는 어느덧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



<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으로 티 없이 맑게 웃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낯섦'이 느껴졌다. 단순히 그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아마도 우리는 이제 정말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며

그 삶의 무게 또한 '각자'의 몫임을 아주 생생히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진심을 위해 응원하는 것, 단지 그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내게 주어진 몫을 해내기 위해 살아가야 할 뿐이었다.


이렇게 또 한 번 나 자신이 '독립적이어야만' 하는 존재 임을 느꼈다.



<3>


친구의 결혼식으로부터 돌아오는 열차 안,

교복을 입은 두 여고생이 까르르 웃으며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 커서 결혼하면 꼭 옆집에 살자. 너도 나도 겁이 많으니까 혹시 혼자 자야 될 때 같이 있어줄 수 있잖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얼토당토 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마치 현실이 될 것처럼 믿으며 말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겁이 많지만, 이제 수많은 두려움을 피하기보다는 직면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야만 성장할 수 있고 변화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은 언제나 존재하고, 너무 버겁다는 이유로 도망가는 순간

늘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다행이다.

열일곱 그 순수하기만 했던 두려움 많은 여고생이 제자리에 멈추어 서있기만 하진 않았으니까.

그 어떠한 모습으로 건 우리는

성장 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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