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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10. 2017

그냥 쓴다.

글도 나도 미지근한 상태.

창 밖엔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다.

빗방울이 일련의 박자를 맞추어

고여있는 물 웅덩이 위에 크고 작은 충격으로 일련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반짝 빛나고 떨어지는 별똥별이 온 바닥에 가득해 보이기도 하다.

차분히 가라앉아있는 탓일까,

끊임없이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나보다 더 살아있는 것 같다.


지금 내 기분은 좋지도 않지만 안 좋은 것도 아닌 맹숭맹숭한 상태다.

언젠가부터 스스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뭣도 모르고 막연히 뭔가 이루어낼 줄로만 알았던 시절엔

쉽게 끓어올랐다가 식었다 반복했지만 지금은 그도 아니다.

대체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란 말이지, 점차 객관적으로 보이는 나라는 사람이

자신이 없다.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존재는 왜 점차 흐릿해지는 것 같을까.

내 안의 겁쟁이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란 걸 알고는 있지만

그냥 모든 것을 멈추고, 나를 외딴곳에 한참 동안 내버려두고 싶다.


희미한 기대 때문이다.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보면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을까.

이 미지근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미리 표현했던 것처럼 '겁쟁이'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아-잘 모르겠다', 라 말하고 싶지만 이 말이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냥 삼켜버린다.

이런 답 없는 글쓰기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의미 없는 시간낭비인지, 그래도 이렇게 쓰다 보면 뭔가 새로운 생각이 들런지,

지금의 내 상태를 파악해볼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건지.


그냥 쓴다. 그냥.

뭐 그냥 쓸 수도 있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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