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1>
파르르 떨려오는 얼굴 근육.
입술과 눈꺼풀에 꾹 힘을 줬다.
'참자, 참자. 울면 안돼-'
홀로 읊조렸다.
꿀꺽, 삼키는 침과 함께 몇 번을 참아냈던 눈물은
결국은 터져 나왔다.
그의 말처럼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내 감정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불구이기 때문에
그나마 배출할 수 있는 눈물이라도 뱉어내는 것이다.
'아-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야.'
내 존재가 정말 하찮게 느껴졌다.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만의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
막연히 기대하며 살아왔는데,
머릿속을 굴러다니는 생각이나
실제 내가 행동하는 것을 상세히 뜯어보면 볼수록
나는 그냥 누구나와 같은 보통의 존재였다.
어쩌면 그 보통의 존재도 안 될 것 같았다.
그게 나였다.
이젠 뭐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왜 여기까지 온 걸까.
코 끝이 한순간에 시렸고 소리는 내지 못한 채
어깨를 들썩이며 그렇게 또 눈물을 흘렸다.
차라리 엉엉 소리 내서 울고 나면 개운할 테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그렇게 할 순 없었다.
몇 분간 눈물 콧물 흘리고 나니
마치 추슬러져서 그친 사람처럼
눈만 빨갛게 된 상태가 되었다.
개운한 것 같은 느낌이 잠깐 들었지만
정말 잠깐 뿐이었다.
여전히 난 보통의 존재였으니까.
<2>
나라고 보통이고 싶어서 보통인 것은 아니다.
나도 취향이 뚜렷해서 하고 싶은 게 명확하고
주관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설득할 수 있고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머릿속에 그려 하나하나 진행해가고 싶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현실로 옮기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하니까, 의 수준이 아니라
나만의 의미를 찾고 그것에 더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은 일 단계에서부터 삐그덕 삐그덕 거리고 있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더 나은 하루를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제껏 살아왔던 나는
정신 차리고 바라보니 뿌연 안개만큼이나 희미한 사람이었다.
초록색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 말곤, 취향이라는 것이 없다.
꿈, 하고 싶은 일?
대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는
그냥 하루하루 시간이 간다고 해서 알아지는 게 아니었다.
더욱이나 점점 자신도 없었다.
이 세상은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굴러간다는데
난 아는 게 없고, 그 구체성이란 것을 내 삶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으니까.
구체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도 너무 힘든,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오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다.
왜, 왜 여기까지 온 걸까.
단지 눈 앞에 보이는, 진짜 원하지도 않았던 목표를 위해 달려왔을 뿐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지금의 나는 과거의 생각과 선택과 행동의 결과겠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지극히 구체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난 이렇게 내 앞을 가로막은 너무도 두텁고 높은 벽을 눈 앞에 두고
나 자신의 한계에 답답함과 속상함을 느끼고 울고나 있는 상태라니.
도무지 글을 써도 해결되지 않는 착잡함이 나를 감싼다.
어디 한 번 더 자학적인 글을 써보자, 심술이 나기도 한다.
삐죽삐죽 제각각 솟아오른 나의 못난 모습들이
언제까지고 괴롭힐지 모르겠다.
아- 하여간 난 지극히 보통의 존재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냥 여기에서 끝나는 것과 다름없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분이 조금씩 차오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