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정의란 무엇인가
그런 인생이 답답하다고 해서 그가 살아온 나날을 그 시점으로부터 부지런히 뒤로 되돌려본다고 한들, 별반 다를 것 없는 생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어느 세계에 자신의 영혼을 걸어놓고 오로지 육신만 이 땅으로 내려와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희미한 존재감을 지속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살아온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혐오하며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러한 자의식 과잉이 뒤틀린 욕망으로 발현되는 순간이 바로 부당함으로 피해를 본 타인의 삶을 목격했을 때라고 저스티스 맨은 주장했다.그것은 피해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타자의 처지에 밑도 끝도 없이 분개하여 정의감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불사르고, 그 감정의 정체를 미처 분간하기도 전에 일방적인 옹호를 칼날처럼 내세우며, 가해의 원인일 것으로 추측되는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질타함으로써 자신의 자괴감을 희석하려는 자구책의 전형일 따름이라고, 비열함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라고 그는 모질게 평가했다
그렇게 몰아가듯이 형성된 사명감으로 이루어지는 정의는 당당한 만큼 더 잔혹한 이면을 지닐 때가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엄청난 압제의 쾌락
목청 높여 옹호하던 세력의 반대편으로 돌아서는 게 아주 타당한 행위임을 합리화할 수 있는 구실이 그들에겐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했을 뿐 딱히 나만의 의견이랄 게 없었던 자신의 존재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핑계가, 그들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이전까지는 킬러를 옹호하는 세력에 묻혀 있는 게 더 정의롭고 당연하고 안전하다고 그들은 믿었었다. 그러나 아홉 번째 살인이 발생한 뒤 급격하게 바뀐 사회적 분위기가 그들을 서서히 초조하게 만들었다. 더는 킬러를 옹호하는 세력이 더 큰 무리이자 정의로운 일을 행사하는 세력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세력은 어느샌가 킬러를 혐오하고 저주하고 질타하는 무리 쪽으로 옮아가 있었다. 그들은 불안했다. 이제 자신이 속한 무리는 더는 주류가 아니었다. 약자의 무리에 속한 포유류 고유의 불안을 그들은 감지했다. 너른 초원 위에 홀로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단 한 방에 목을 물어뜯어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는 송곳니를 가진 맹수가 풀숲 어디선가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어서 빨리 더 큰 세력을 가진 무리 속으로 희석되고 싶은 갈망이 마음속에서 조급하게 샘솟기 시작했다.
이중적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양면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잣대라는 자체가 아예 사라진 시대를 마치 허우적거리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